매일신문

'좋은 아빠 되기' 열풍…울 아빠가 달라졌어요~

자녀 교육에 아버지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자녀 교육에 아버지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좋은 아빠 되기' 열풍이 불고 있다. 3일 대구시내 한 초등학교 운동회에 참석한 아빠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3일 운동회가 열린 대구 수성구 욱수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을 응원하는 어머니들 틈새에 아버지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학부모 줄다리기 경기가 시작되자 아버지들이 앞장서서 줄을 잡기도 했다. 최윤진(40'대구 수성구 욱수동) 씨는 "아들 운동회인데 연차를 써서라도 와야 하지 않겠나"라며 "회사에서도 아이 운동회 때문에 연차 내는 것을 두고 눈치를 주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편한 마음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좋은 아빠 되기'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 어머니들의 전유물이었던 자녀 교육에 아버지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

◆좋은 아버지 되는 법 배우기 '붐'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아버지 안현(41'대구 달서구 월성동)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월요일 저녁이면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마다한 채 대구 학부모역량개발센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좋은 아버지가 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안 씨는 대구시교육청에서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아버지대학'의 우수 수강생이다. 아버지대학은 자녀의 위기관리, 자녀와의 관계 증진 등 강의를 통해 아버지로서의 역량을 강화시켜주는 교육 과정이다. 수업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다. 안 씨는 지난해 상'하반기 교육과정을 모두 마친 후 올해 상반기 교육 과정에도 참석해 꾸준히 수업을 듣고 있다.

아버지대학에는 안 씨와 같은 열혈 아버지들이 많다. 80명이 앉을 수 있는 강의실 자리가 부족할 정도다. 미처 신청에 성공하지 못한 아버지들은 따로 유인물을 받아 수업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이 높다.

안 씨는 "딸의 좋은 친구이자 길잡이가 되고 싶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강의를 듣게 됐다"며 "교육을 받은 후 딸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무조건 혼내기보다는 공감하고 신뢰하며 기다리는 변화된 모습을 발견할 때면 가족은 물론 스스로도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지자체에서도 훌륭한 아버지 만들기에 발 벗고 나섰다. 대구 남구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이달 11일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요리하는 '아빠랑 나랑 요리 쿡(cook) 조리 쿡(cook)' 강의를 시작한다. 수업은 이달부터 9월까지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남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열린다. 아버지와 딸은 유부초밥, 월남쌈 등 온 가족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시간을 보내며 함께 소풍을 떠나기도 한다.

◆자녀와 공감의 폭 넓히는 게 해법

대구 중구청은 12일 중구 약령시 서문공영주차장에서 '아빠와 함께하는 맛 자랑 요리경연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20명의 아이들은 아버지와 짝꿍이 돼 마음껏 요리 솜씨를 뽐내게 된다. 이 밖에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해 놨다. 중구 건강가정지원센터는 매주 토요일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의사소통교육과 놀이기법 등을 배우는 '아빠와 함께하는 토요일'을 6월 한 달간 진행한다. 또 오는 9월에는 아빠와 함께 대구 근대 골목투어를 하며 가족 관련 미션을 수행하는 '아빠 같이 가'를 시행한다.

대구백화점도 지난해에 이어 올 하반기 '행복 아버지학교' 2기 수강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지난해 열린 1기 행복 아버지학교 수강생의 호응도가 무척 높았기 때문. 행복 아버지학교에서는 부모역할 교육과 자녀와 대화법, 학교폭력예방, 인성교육 등 좋은 아버지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비법들을 배울 수 있다. 1기 수강생 김종해(47'대구 동구 동호동) 씨는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아이들 세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감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며 "착한 자녀가 되기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부모들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학부모역량개발센터 김득순 센터장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 문제를 풀 열쇠고리로 가정이 떠오르면서 아버지 역할에 대해 고심하는 아버지가 늘어나고 있다"며 "사춘기 자녀 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아버지로, 아버지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자녀들의 자신감과 사회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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