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잘 키운 조경수 열 부동산 안부럽다?

'나무 재테크'가 뜬다

최근 부동산과 주식 등 일반적인 재테크에서 벗어나
최근 부동산과 주식 등 일반적인 재테크에서 벗어나 '나무'를 심어 수익을 올리는 '나무 재테크'가 각광 받고 있다. 나무와문화연구소 이광만 소장이 자신이 키우고 있는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3일 오후 대구 달성군 하빈면 한 산야. 2천600여㎡(800평) 면적의 땅에는 100여 그루의 느티나무자 자리 잡고 있었다. 지름 15cm의 느티나무는 4~5m 간격으로 자리했다.

이곳 나무 주인은 "그루당 2천500원에 사들여 심은 나무를 4년간 키워 15만원에 팔았다"며 "팔고 남은 나무 역시 시간이 지나 더욱 자라면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유 자금을 굴리기 위한 재테크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금융 및 부동산 투자가 저금리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기대만큼의 수익을 담보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나무 재테크가 각광 받고 있다. 농업과 달리 키우기 쉽고 적은 투자에 비해 높은 이윤은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 재테크 확산

나무 재테크는 가치가 높은 조경수를 키워 되파는 것이다. 나무 재배는 전통적인 부동산과 주식 투자와 달리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수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3천~4천원 정도 하는 중묘를 심은 뒤 4년이 지나면 10만~12만 원 정도의 성목이 된다. 특히 4년간 정기적인 제초 및 비료 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 손이 많이 가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덕분에 전국 곳곳에서 나무를 심어 키우는 나무 재테크가 활발해지고 있다. 2010년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업 혹은 겸업으로 나무를 재배하는 가구 수는 현재 약 1만2천가구로 나타났다. 또 최근 트리디비의 조경수 생산 방식에 대한 조사(총 1천200가구)에 의하면 부업으로 하는 경우가 5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조경 공사와 겸업으로 하는 경우가 25%였다. 전업으로 생산하는 경우는 18%로 나타났다.

김미숙(45'여) 씨는 6개월 단위 또는 1년 단위로 묘목을 심는다. 김 씨는 주로 자신의 밭에 묘목을 심지만 저가로 땅을 임대해 나무를 심기도 한다. 그가 가진 나무 수종은 총 1만5천그루 정도. 벚나무와 산딸나무, 단풍나무, 이팝나무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는 "나무들 대부분은 묘목당 1만원 정도에 구매해 3년 정도 지나면 8만~9만원대에 팔 수 있다"며 "인건비와 비료 등을 제하더라도 그루당 5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나무 재테크를 주변에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수 재배 컨설팅 사무소 '나무와문화연구소'를 운영 중인 이광만 소장은 "나무 재테크는 노동력에 비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뿐 아니라 안정적이기도 하다"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누구나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도 나무 재테크의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또 자연 속에서 심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점도 부수적으로 생긴다"고 덧붙였다.

◆프로세스가 중요

나무 재테크가 다양한 장점으로 관심을 끌고 있지만 무턱대고 달려들어선 안 된다. 이 소장은 "처음부터 나무 재테크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갖거나 무리하지 말고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나무 재테크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 소장은 조경수경영계획서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수 경영계획서는 나무를 재배하기 전에 먼저 소요되는 비용을 예상해 보고 전체 프로세스를 수립해 이윤을 예측해보는 것이다. 미리 식재와 관리, 판매 등에 대해서 분석을 해야 한다.

이 소장에 따르면 3천300㎡(1천평) 밭에 4천원 하는 느티나무 묘목을 2.5m 간격으로 식재해 4년간 재배한다고 가정할 경우, 지름 12cm의 느티나무를 만드는데 묘목비, 퇴비비, 밭 정리비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 비용은 처음 한 번만 들어가는 비용이며 출하할 때까지 매년 3번 정도의 제초작업을 하는데 필요한 농약비와 인건비, 교통비, 밭임대비 등을 포함시키면 약 4천만원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셈법이 나온다.

이 소장은 "이러한 조경수경영계획서를 세우는 데 중요한 것은 수종 선정이다"고 말했다. 어떤 종류의 나무를 심느냐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달리지기 때문이다. 안정성을 중시한다면 조경수나 가로수로 흔히 사용되는 수종을 선택하면 손해 보는 일이 없다. 가격 변동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재배 기술이 보편화돼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기 때문.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은행나무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음으로 나무를 심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삽목이나 접목 또는 종자를 파종해 묘목을 생산하는 방법도 있고, 소나무 등의 특수목을 재배하거나 호두나무나 밤나무 등의 유실수를 재배하는 방법도 있다. 이 소장은 "이 같은 방법은 일정 규모의 재배 시설을 갖춰야 하고 식물 재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무 재테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하지 않다"며 "중묘를 성목으로 키우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정보 확보

조경수경영계획서를 세웠더라도 나무 재테크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심과 끈기가 중요하다. 이 소장은 "최소 3년이 지나야 첫 수입이 나오기 시작한다"며 "긴 시간만큼 나무 재테크가 성공하려면 꾸준히 정보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무 사업에 뛰어들기 전에 현장 답사는 물론 농장주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식물에 대한 기초 지식과 농사에 대한 공부는 필수다. 책이나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나무를 재배하는 사람들과 인적 교류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 소장은 "조경수 재배가 인기를 끌면서 각종 사이트와 카페가 생겼다"며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나무 재배 기술을 배우고 나무 판매에 대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www.kfri.go.kr), 한국조경수협회(www.klta.or.kr), 산림청(www.forest.or.kr), 조경수 직거래 사이트인 트리디비(www.treedb.co.kr)와 조경수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카페 나무와문화연구소(cafe.naver.com/namuro) 등이 현재 재테크를 하는 이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이 소장은 "무엇보다 나무 재테크는 나무와 자연을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며 "시장을 형성하고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려면 꾸준히 정보를 교환해야 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관심이 필수다"고 말했다.

글'사진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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