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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모리모토의 한惠·일이야기] 히로시마에서 열린 대구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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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이 부는 오월'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자주 쓰는 상투적 표현이다. 한어 훈풍(薰風)의 한자말이다. 상쾌한 초여름의 바람이 기분을 좋게 하는 계절이지만 불행하게도 꽃가루와 황사에 시달리는 계절이다. 현대인의 민감도 탓일까.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일본에는 의외로 많다. 그들에게는 상쾌한 초여름이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일본에서는 4월부터 신년이 시작되고, 4월 말부터 5월 초순까지 황금연휴(Golden Week)가 이어진다. 4월 29일 소화(昭和'천황이 태어난 날)의 날, 5월 1일 노동절, 5월 3일 헌법기념일, 5월 4일 식목일,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그 사이에 들어 있는 평일은 대체로 휴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4월 29일부터 5월 5일까지가 휴일이 된다. 올해는 최대 4월 27일(토)부터 5월 6일(월)까지 10일간이 연휴였다.

일본인들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 중독자로 알려져 있다. 외국으로부터의 이런 비난을 의식한 점도 있겠지만, 2000년경부터 일본의 회사와 학교는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었고, 공휴일도 늘려 왔다. 주말 이외의 공휴일이 연간 15일이며,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칠 경우 월요일이 대체 휴일이 된다. 최근 한국에서도 대체휴일제 문제로 논란이 있는 것 같으나, 한국 역시 일본 못지않은 일 중독자들의 사회인 것 같다.

황금연휴 기간 동안 전국 각지의 휴양지에는 사람들이 북적대고, 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가 제공된다. 히로시마 시에서는 5월 3일부터 5일까지 '꽃 축제'가 열린다. '히로시마를 꽃과 녹색과 음악이 넘치는 도시로 만들자' '평화롭게 사는 것의 훌륭함과 소중함을 참가자 모두와 나누자' '히로시마에서부터 세계에 좋은 생활 문화와 따뜻한 인간관계의 교류를 시작하자'가 이 축제의 테마이다. 이 축제는 1977년에 시작되었으며, 매년 150만 명 이상이 참가한다. 올해는 공연장 근처에서 '과자 박람회'가 열리는 등 다른 이벤트도 기획됐다. 이들 축제의 시너지 효과로 올해는 약 18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히로시마의 인구는 118만 명이다. 히로시마의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이 꽃 축제를 방문했다. 황금연휴 기간 중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후쿠오카에서 개최되는 '하카타 돈 타쿠'라는 축제이며, 200만 명 이상이 참가하고 그다음이 히로시마 '꽃 축제'이다.

축제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시민들이 참가하는 퍼레이드다. 그 외 도로에 많은 스테이지를 설치하여 연예인이 콘서트를 하거나, 시민들의 노래와 춤 경연도 펼쳐진다. 우리 가족도 올해 퍼레이드에 참가해 즐겼다.

다른 한쪽에는 '대구 마당'이라는 광장이 설치됐다. 자매도시인 대구시에서 생산된 상품과 관광거리가 소개되고, 한복을 입은 안내원들과 기념 촬영도 할 수 있었다. 한국의 가정 요리를 판매하는 가게도 생겨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히로시마와 대구시는 1997년 5월 2일 자매도시를 체결했다. 그래서 히로시마 시는 매년 5월 2일을 '대구의 날'로 정해 놓고 있다. 공교롭게 한국을 무척 좋아하는 남편의 생일이 5월 2일이어서, 우리 식구들에게 이날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꽃 축제에서는 히로시마 주재 한국 총영사관이 주최해 조선 통신사의 행렬도 재현했다. 17~19세기에 걸쳐 한일 간의 문화 교류 루트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조선통신사의 행렬은 장관이었다. 이 행렬에는 약 2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올해엔 특별히 대구시의 방문단도 참여했다. 대구의 고등학교 밴드가 아리랑을 연주하고 그 선두에 김범일 대구시장이 통신사의 사절단 대표 역할을 맡았다. 400㎏이나 되는 큰 가마에 대구시장을 태우고 엄숙한 모습으로 행렬이 퍼레이드를 펼쳐 박수를 받았다.

최근 아베 총리의 발언으로 한일 관계가 긴장 상태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축제였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서는 일본 국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와 히로시마의 시민 차원 교류는 흔들림 없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 시민들도 이 점을 알고 있으면 좋겠다.

모리모토 카즈에(森本和惠·생활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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