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모두가 부처입니다"…동화사 주시 성문 스님

온누리에 자비를…부처님 오신 날 특집

지난해 팔공총림으로 지정된 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이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본지와의 특별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해 팔공총림으로 지정된 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이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본지와의 특별 인터뷰에 응했다.

불기 2557년인 서기 2013년, 음력 사월초파일 즉 부처님 오신 날은 이틀 후인 17일이다. 중생 구제를 위해 석가모니가 이 땅에 태어난 날이다. 연꽃과 자비, 깨달음과 참선이 이 땅에 온기(溫氣)를 불어넣는다. 대구경북지역 100만 명 안팎의 불자들은 불교의 최대 경축일인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축제 열기로 가득하다. 제9교구 본사 동화사, 제10교구 본사 은해사를 비롯해 제8교구 본사 직지사, 제16교구 본사 고운사 등 지역의 큰 사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사찰과 암자 그리고 도심 속 사찰에는 불을 밝힌 연등이 부처님 오신 날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부처님의 공덕과 자비가 온누리에 퍼지기를 기원하는 지역 불교계를 둘러본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모두가 부처입니다"…동화사 주시 성문 스님

"있는 그대로 보면 제일 편합니다."

지역 불교계의 가장 큰 어른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4일 오전 주지 접견실에서 기자를 맞이한 성문 스님은 "거울처럼 있는 그대로 비추는 마음을 갖고, 세상을 바라봐 줄 것"을 당부했다. 세간에서는 조계종의 큰 어른인 진제 종정 스님이 팔공총림 방장으로 추대된 것이 성문 스님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스님은 그 이야기에 미소만 지었다.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되기 전 성문 스님은 동화사 대웅전 뒤편의 금괴사건을 주제로 편안하게 얘기를 나눴다. "실제 금괴가 있건 없건 간에 동화사가 세간에 좋은 스토리텔링거리를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금괴가 만약 발견되면, 해외 토픽의 소재가 되겠지요."

-지난해 동화사에는 경사스런 일(팔공총림 지정, 대견사지 복원 등)들이 많았습니다. 올해 큰 목표로 두고 있는 일들이 있습니까?

▶2일 산중총회에서 팔공총림 동화사의 초대 방장에 조계종 종정이신 진제 스님이 만장일치로 추대됐습니다. 진제 스님은 방장 추대 직후 수락사를 통해 동화사를 간화선(看話禪) 세계화를 위한 중심도량으로 키우겠다고 밝혔습니다. 사부대중은 물론 불교를 가까이하려는 많은 사람이 동화사를 중심으로 부처님의 심인법을 배우길 바랍니다. 그리고 방장 추대를 계기로 더욱더 대중들이 화합하고 소통해 총림이 발전하길 바랍니다.

동화사는 총림이 갖춰야 할 4대 기관 즉 선승들이 모여 수행하는 선원(禪院), 계율을 가르치는 율원(律院)과 염불원, 경전을 가르치는 강원(講院'승가대학)을 다 갖추고 종합수행도량으로 모든 준비를 잘 마쳤습니다. 또한, 일제에 의해 폐사된 대견사지 복원은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일연선사의 발자취를 새로 쓰는 역사입니다. 동화사가 중창 불사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팔공산 승시 축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향후 이를 더욱 발전시킬 방안이 있습니까?

▶팔공산 승시 축제는 전국의 사찰들과 지자체에서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역사적 사료 검토를 거쳐 시작한 승시 축제는 세계적인 축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승시가 외국에는 잘 없는 독특한 문화인 만큼 국내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매력있는 볼거리가 될 것입니다. 상업적인 것을 배제하고, 다양한 체험행사와 공연, 전시 등 승시의 나눔과 화합의 의미를 되새길 것입니다. 축제기간에 거둔 금액은 모두 불우이웃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대구는 종교 간 화합이 잘 된다고 합니다. 지역 불교계는 종교 간 화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타지역에서도 대구의 종교 간 화합을 많이들 부러워합니다. 6대 종단회의는 항상 화기애애한 가운데 이뤄지며 송년회'신년회'체육대회 등을 통해 잘 뭉칩니다. 대구는 특히 천주교와 불교가 잘 지냅니다. 천주교는 부처님 오신 날 축하 현수막을 걸어놓고, 불교계는 성탄 축하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도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의 방문에 기뻤습니다. 동화사는 동짓날에 팥죽을 정성스레 만들어, 교구청에 전달하기도 합니다.

-팔공산 국립공원 추진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론적으로 반대하지 않습니다. 팔공산 내에는 많은 불교 보물, 사적과 유물이 있습니다. 관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도립공원보다는 국립공원 수준으로 승격되어야 더 많은 인원이 투입되며, 많은 예산을 받을 수 있어 잘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시와 경북도를 비롯해 모든 구성원들의 여론이 결집하여야만 원활하게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동화사가 나서서 국립공원에 앞장설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주지 스님의 취미생활이나 좋아하는 음식, 특별한 건강관리 비법 등이 궁금합니다.

▶특별한 취미생활은 없습니다. 일정이 너무 바빠 책 읽을 시간조차 온전히 낼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짬을 내서 역사에 관한 책들을 보려고 합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따로 없고요, 산중음식을 고루 잘 먹습니다. 건강관리 비법은 규칙적인 생활과 많이 걷는 정도입니다.

-세상사에 힘들어 찾아오는 불자들에게 주로 어떤 말씀을 해주십니까?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모두가 부처입니다. 끊임없는 스스로의 성찰 속에 발전이 있고, 일상생활 속에 수행을 계속해야 한다는 평범한 메시지죠.

-지역 불교계에 전하는 특별 메시지는?

▶종교가 통합이나 상생의 의미로 남아야 합니다. 대구불교총연합회는 지역발전을 위해 단결 결성된 단체인 만큼 불교적 가치가 시민사회에 알려져 서로 사랑하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서로 공감하고 상생의 마음으로 나아가는 정신이야말로 진정한 공존의 가치입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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