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반세기 동안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풍족한 물질적 생활환경을 만들게 됐다. 이에 따라 과거 열악한 위생 상태와 영양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들은 감소되었다. 하지만 과거 '서구병'으로 알려진 과도한 열량의 섭취와 부족한 운동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성인병의 유병률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성인병 극복은 식습관 개선부터
변화된 생활환경으로 발생하는 질환들은 과거의 질환들과 다른 접근 방식으로 예방과 치료를 해야 한다. 즉 과거 영양결핍으로 인한 질병의 치료방법으로 고열량식 등이 권유되었다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성인병의 치료방법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아쉽게도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아직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적절한 식사와 운동이 치료의 기본인 성인병 환자의 경우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성인병 관리가 잘 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식습관에 대해 질문하면 공통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다. '특별히 먹는 것도 없는데…''이런 것들을 이런 조리방법으로 먹으면 괜찮다던데' 등이다. 이말 뒤에는 특정 음식이나 조리방법은 병에 좋다거나 괜찮다는 선입견이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자주 먹는 외식 238종에 대해 전국 6개 지역, 72개 식당에서 음식을 무작위로 구입한 뒤 18개 기관과 공동 분석해 평균을 낸 칼로리와 나트륨 함량 등을 기록한 '외식 영양성분 자료집'을 내놨다. 성인병 환자는 물론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건강한 식생활은 적정한 열량을 제때에 공급하고, 다양한 영양소를 짜지 않게 섭취하는 것이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특정 음식을 과하게 먹는 것은 오히려 몸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짬뽕 한 그릇, 나트륨 권장량 2배
적정한 열량은 나이, 키와 체중, 평소 활동량 등에 따라 다르다. 30~49세 남자와 여자의 필요 추정 열량은 각각 2천400㎉, 1천900㎉ 정도이다.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밥은 식당에서 사용하는 은색 밥공기 기준으로 한 공기(210g)가 대략 310㎉ 정도이다. 웰빙식품으로 알려져 있는 오리고기 경우 250g 훈제기준으로 열량이 797㎉나 되나 동일한 소 불고기의 열량은 221㎉ 정도이다. 흔히 구워 먹는 것보다 쪄서 먹으면 열량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돼지고기 수육은 300g을 기준으로 1천206㎉, 동일한 양의 돼지갈비는 806㎉로 오히려 열량이 수육보다 낮았다. 이는 조리방법보다는 먹는 부위의 지방량이 열량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 보양식으로 알려진 장어구이는 250g을 기준으로 하면 716㎉로 밥 2공기 이상의 열량을 함유하고 있다. 큰 부담 없이 먹는 인절미 100g은 210㎉, 찹쌀 도넛 1개(100g)는 296㎉로 밥 3분의 2공기에 해당하는 열량이다.
우리가 음식의 간을 맞추기 위해 넣는 소금에는 나트륨이 함유되어 있다. 나트륨은 우리 몸에서 신경 전도와 근육운동에 필요하며 체액 농도 조절에 필수적인 성분이다. 그러나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면 신장, 심장에 부담을 주어 병을 유발하며 면역에 악영향을 준다. 또한 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나트륨 권장량은 하루 2천㎎ 이하이며, 이는 소금 5g(작은 스푼 1술 정도)의 양이다. 그런데도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많은 양의 나트륨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짬뽕 한 그릇(1천g)에는 4천㎎, 수제비 한 그릇(800g)에는 2천30㎎, 된장찌개(400g)에는 2천21㎎의 나트륨이 함유되어 있다. 즉 이들 음식 가운데 한 그릇만 먹어도 하루치 나트륨을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음식을 먹을 때는 국물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해야 한다.
고열량, 고나트륨의 음식은 일시적으로 입에는 좋을지 모르나 다양한 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 날씨가 더워지는 요즘 보양식을 찾기보다는 자주 먹는 음식의 열량과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 건강에 더 이로운 습관이다.
도움말'김재홍 해동내과 원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