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2일 오후 대구 중구 북성로 공구골목. 70년 넘게 공구골목을 지켜온 2층 목조건물이 막바지 단장을 하고 있었다. 중구청에 따르면 이 목조건물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부터 북성로 공구골목에 존재했다. 이전에는 일본인 기무라 료지 씨가 곡물업과 관련된 정미기계를 사용한 곳으로 추정된다. 2011년까지 식당으로 운영되던 건물은 1년가량 방치돼 있었다.
지난해 12월 목조건물에 새로운 명찰을 다는 작업이 시작됐다. 새 명찰은 '북성로 공구박물관'. 일식 목조의 틀은 유치한 채 건물 외벽의 묵은 때를 벗겨 내고 내부에는 북성로 공구골목의 역사를 담은 전시물로 채웠다. 2층은 다다미방 형태의 세미나실로 꾸몄다. 거리의 흉물로 방치됐던 건물이 북성로 공구골목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주역이 된 것.
대구의 근대건물 '족보'(族譜)가 만들어졌다.
대구 중구청은 옛 대구읍성 일대에 있던 근대 건축물과 오래된 한옥 등의 연원을 담은 '대구 도심 건축자산의 건축물관리 보고서'를 발간했다. '북성로 공구박물관'으로 탈바꿈한 목조건물은 뿌리를 찾은 1호 건축물이다.
중구청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일본인 상가 밀집 지역이었던 북성로와 서성로 일대에는 공구박물관과 같은 근대 건축물이 200여 개에 이른다. 중구청은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동안 문헌자료조사와 현지조사를 거쳐 이 중 보존가치가 높은 건축물 97개를 선별해 건축물에 담긴 역사, 변천 사진, 면적 등을 조사했다.
보고서에 소개된 일부 목조건물은 일제강점기 여관으로 사용된 2층 건물로 지금도 여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구 태평로 2가에 위치한 한 여관은 일식 목조 여관 건축물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좁은 복도, 2층 목조 계단, 많은 창문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대구 중구 서문로 2가에 위치한 이상화 시인 생가도 보존 가치가 높은 한옥 중 하나에 속한다.
중구청은 이 보고서를 근대 건축물 보존과 활용 길잡이로 사용할 방침이다. 주요 건축물 허가 때 관리운영 기준을 제시해 무분별한 파괴를 막고,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 사업'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역사성, 보존 가치가 높은 건축물은 건축주와 협의해 공구박물관과 같은 전시관으로 활용하거나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바꿔 대구 도심 관광 거점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오래된 건축물 모습에 주민들도 반가움을 나타냈다. 주민 이세영(55'대구 중구 대안동) 씨는 "칙칙했던 건물이 깔끔하게 변하니 공구골목 전체가 환해졌다"며 "공구박물관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 덕분에 오랜만에 공구골목에 사람들 웃음소리가 울려 퍼질 것 같다"고 했다.
양수용 중구청 도시경관과장은 "그동안 체계적인 관리 미흡으로 소멸이 우려됐던 도시건축자원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보존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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