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을 하면서 틈틈이 배운 노래를 시민들에게 모두 가르쳐주고 싶어요."
대구 동구 팔공정보문화센터 지하 1층. '춘향아~ 춘향아~ 눈물을 거둬라~ 낭군님이 돌아왔단다~' 노래 강사가 반주기에 맞춰 트로트곡 '춘향아'를 멋지게 뽑았다. 노래 중간에 수강생들도 흥겨운지 몇 명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몸을 살짝살짝 흔들어댔다. 강사가 노래를 다 부르자 모두들 박수를 쳤다. 오늘은 '춘향아' 신곡을 배우는 시간. 강사가 한 구절 선창을 하면 수강생들도 한 구절씩 따라 불렀다. 수강생들은 진지하면서도 열정이 넘쳤다. 노래를 3, 4번 반복해서 따라 부른 뒤 수강생들이 배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 불렀다. 화음이 약간 안 맞지만 강사는 '잘 불렀다'는 칭찬을 했다.
'노래하는 미용실 아줌마' 최두리(58) 씨. 대구 신암5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그는 매주 두 차례 팔공정보문화센터에 나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노래교실에서 7년 넘게 음악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장르는 트로트곡. 수강생은 100여 명으로 대부분 50, 60대 주부다. 수강생들도 최 씨가 워낙 열정적으로 노래를 가르쳐줘 노래교실이 열리면 거의 빠지지 않는다. 그의 노래는 구수한 아줌마 음색에 '꺾기'를 잘해 감정이 풍부하다는 평이다.
"워낙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 노래가 본업이 되고 미용실은 부업이 되고 말았어요. 하지만 음악적 재능을 나눌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입니다."
그도 이전에는 노래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외환위기 직후 우연히 주민센터 가요교실에 참가해 노래를 배우면서 음악을 좋아하게 됐던 것. 그렇게 시작한 노래가 벌써 15년이 넘었다. 그의 미용실 안에는 노래 반주기와 방음벽을 설치한 노래방도 꾸몄다. 손님이 없을 때 짬짬이 노래방에 들어가 노래를 틀어놓고 음악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미용실에 자신만의 노래방을 만들어 놓은 게 이채롭다. 그는 신곡이 나올 때마다 빨리 노래를 전하기 위해 이곳에서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의 연습으로 자신만의 음색을 다듬고 있다. 요즘 그의 노래방은 노래를 배우고자 하는 동네 아줌마나 지인들에게도 인기다. 누구나 미용실을 찾아오면 무료로 노래를 가르쳐주고 있다.
"노래를 하면서 인생을 많이 배웠어요. 베풀면 베풀수록 마음도 풍요로워진다는 사실 말입니다. 음악적 재능을 나누다 보니 사람들도 많이 찾아와 이만하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는 활발한 노래봉사를 위해 철저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그는 10년 이상 국선도를 해오고 매일 수영으로 몸을 다지고 있다. 그는 노래교실에서도 수강생들에게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몸에 먼저 투자하면 몸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받아준다는 지론이다.
그는 뜨개질 솜씨도 대단하다. 미용실에는 뜨개질한 온갖 생활 소품이 가득하다. 또 사진에도 관심이 많아 미용실 응접실 사방 벽면에는 그녀가 살아온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사진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노래는 호흡 조절과 반복연습이 가장 중요해요. 노래로 제 인생을 깨달은 만큼 시민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주는 즐거움으로 계속 살고 싶어요."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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