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유통업계와 입점업체 상생하길

입점업체나 납품업체에 대한 절대적인 갑(甲)인 백화점들의 일방적인 '부담 전가'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TV 홈쇼핑사가 납품업체에 방송 제작비와 ARS 할인분 부담을 무조건 떠넘기는 관행도 제지 대상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거래계약서 개정으로 도입되게 된 대표적인 을(乙) 입장 돌보기의 일환으로 특수 상권에서 일하는 영세업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인테리어 비용 등에 관한 분담 기준을 담은 표준거래계약서 개정안을 확정했다. 앞으로 백화점이 매장 개편을 하면 입점업체에 일방적으로 떠넘겼던 인테리어 비용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맞게 3갈래로 조정해야 한다.

계절별 매장 꾸미기 등 백화점 측 사유로 인테리어를 변경할 경우에는 백화점이 비용을 부담한다. 그러나 입점 브랜드가 이미지 개선 작업으로 인테리어를 바꿀 때에는 백화점과 입점업체가 협의해서 비용을 분담한다. 바닥'조명'벽체 등 기초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공사비는 원칙적으로 백화점이 부담해야 한다. 매장 바닥에서 물이 새면 당연히 백화점에서 수리해줘야 한다. 매장 리뉴얼 비용을 판매 수수료에 전가시키는 행위는 일종의 '풍선 효과'에 해당돼 규제 대상이다.

TV 홈쇼핑사가 판매 수수료 외에 세트 제작비, 모델'판매 전문가(쇼호스트) 출연료 등을 출연업체에 전가하는 관행도 바꿔야 한다. 세트 제작비 등 방송 제작에 드는 기본 비용은 TV 홈쇼핑사가 부담하고, 납품업체나 출연업체가 변경을 요청하여 추가 비용이 들 때는 협의해서 분담하게 된다. 홈쇼핑사가 출연업체 홍보물 제작 등을 특정업체에 강제해서도 안 되며 ARS 할인 행사 비용 등 판매 촉진비는 납품업체에 50% 이상 분담시킬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개선 조치가 백화점 수수료 인상 등 '풍선 효과'로 전이되지 않도록 감시 활동을 강화해야 하고, 여론 수렴 창구를 광범위하게 열어두어야 한다. 대부분 백화점'대형 유통업체'홈쇼핑사는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갖은 이유를 들어 영업장을 빼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고도 금방 매장 철수를 당하면 입점업체는 바로 부도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준거래계약서 개정으로 영세 입점업체의 숨통을 틔워줄 이 같은 조치가 제대로 가동되는지, 입점업체로 교묘하게 전가되지 않는지 귀를 넓게 열어두고 집중 모니터하여 유통 분야에서부터 상생 분위기를 다져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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