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던 시절, 최자영 감독은 번데기를 사 먹으며 단백질을 보충했다. 그는 "그때보다 잘 먹고 운동 여건도 좋아진 요즘이지만 지도자 입장에서 보면 환경이 열악했던 예전 선수들의 정신력이 훨씬 더 강한 것 같다"고 했다.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그때 선수들이 가진 절박함이 더 컸기 때문인 듯했다.
보디빌더들이 근육을 단련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힘이 든다. 그렇게 만든 보디빌더의 근육은 보는 관객에게 강렬한 힘을 전달하지만 실제 보디빌더들은 무대에 서 있는 그 순간이 가장 힘든 시간이다.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한 채 힘을 주다 쓰러지는 선수들도 있다. 최 감독은 그런 선수들과 오랜 시간 무한의 고통을 나눠왔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달콤한 말로 허튼 희망을 심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보디빌딩이란 운동이 장점을 부각하는 운동이 아닌 탓이다. 무대에 섰을 때 심사위원들은 보디빌더들이 가꾼 최고의 근육을 보는 게 아니라 몸 전체에서 가장 약한 구석을 찾는다. 그래서 자만심은 보디빌더들에게는 최대의 적이다. 최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의 얼굴만 봐도 그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온갖 노력을 했을 때 나타나는 몸의 표정을 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막 보디빌더의 길에 들어선 어린 제자에게 최 감독은 용기를 불어넣었다. 자상한 아버지처럼 다독이기도 했다. 앞으로 수십, 수백 배는 더 힘든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치러야 하는 제자에게 주는 작은 선물인 셈이다.
선수들의 성향과 기호, 식성은 물론 가정사와 컨디션, 고민 등을 두루 알고 있어야 하는 건 지도자의 몫. 최 감독은 이는 지도자의 자세이며 힘든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그런 노력이 보태져 최 감독은 보디빌딩이 전국체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이후 늘 하위권에 머물던 대구의 보디빌딩을 지금은 전국 최고의 팀으로 만들었다. 감독과 선수 간 이심전심이야말로 극한의 고통을 넘어서게 희열을 맛보게 하는 힘처럼 느껴졌다.
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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