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닝타임 내내 입까지 즐겁다…팝콘 먹으려고 극장에 간다?

영화관 '주전부리' 다양한 세계

대구 중심가의 한 영화관 매점. 팝콘 등을 사려고 손님들이 길게 줄 서 있다.
대구 중심가의 한 영화관 매점. 팝콘 등을 사려고 손님들이 길게 줄 서 있다.

관객 1천만 시대. 한국영화의 높아진 위상만큼이나 우리 영화관은 고소하다. 맛이나 재미, 심심풀이로 먹는 주전부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눈과 귀가 호강할 때 주전부리는 입 또한 호강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설령, 영화가 지루해도 심심한 입을 달래준다.

팝콘은 영화관 먹거리의 대표선수다. 짙은 팝콘향은 영화관에 들어왔음을 실감케 할 정도다. 먹을 때 나는 소리도 그렇게 크지 않아 영화 감상 때 안성맞춤이다. 팝콘만 얘기한다면 다른 '선수'가 섭섭할 수 있다. 나초, 오징어, 핫도그, 츄러스 등 다채로운 먹을거리가 관객을 유혹한다. 일부 영화관에서는 맥주까지 등장했다.

◆고소한 영화

영화관 주전부리의 대표주자는 역시 팝콘. 영화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일부 영화관의 경우 전체 순이익(티켓 판매 포함)의 40% 이상을 팝콘이 담당할 정도다. 팝콘의 종류도 다양하다. 롯데시네마에는 오리지널, 허니, 어니언, 치즈팝콘(4천500~5천500원)을 맛볼 수 있다. 메가박스는 일반, 캐러멜, 갈릭, 치즈팝콘(4천500~5천500원), CGV에는 고소한 맛, 어니언 맛, 플레인(4천500~5천원, 전 매장 동일)이 있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등장한 고메팝콘은 대략 양은 반인데 가격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 편. 조만간 대구에 상륙할 예정이다. 만경관의 경우 일반, 캐러멜 팝콘 두 종류가 있는데 다른 영화관보다 가격(4천~4천500원)이 다소 싼 편이다.

메가박스는 아예 '팝콘이 맛있는 메가박스'라는 광고 카피를 사용하고 있다. 오리지널, 캐러멜, 갈릭 등을 내놓고 있다. 영화관 주전부리의 '주전'격에 해당하는 팝콘만은 타 영화관을 능가한다는 자부심이 엿보인다.

하지만 관람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맛이 진하고 화려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쉽게 질린다는 평가도 있다. 이달 11일 대구 북구 칠성동 메가박스에서 만난 이영미(25) 씨는 "영화관람을 할 때 팝콘과 콜라를 꼭 주문한다. 메가박스의 경우 팝콘의 색깔이 화려하고 짠맛이 있어 좋아한다. 그러나 쉽게 질리기도 한다. 인공적인 향이 진하다"고 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팝콘의 재료를 전량 수입해 온다. 요리법 역시 미국 영화관에서 판매하는 팝콘 요리법에 따라 만들어 아메리칸 스타일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시네마 팝콘은 기름지지 않은 것이 특징. 카놀라유가 아닌 팜올레인유을 사용해 덜 기름지다는 것이 롯데시네마 측의 설명이다. 중구 동성로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독특한 맛이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잘 튀기고 바삭바삭한 맛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오히려 나초의 인기가 팝콘을 위협하고 있다. 다른 영화관의 나초맛이 좀 짠 편이라면 이곳은 부드럽고 달달하다. 나초와 같이 나오는 치즈 맛도 다양하다.

만경관은 대구에서 캐러멜 팝콘이 맛있는 곳으로 소문나 있다. 대구에서 가장 먼저 캐러멜 팝콘을 선보인데다 독특한 제조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곳 정승환 슈퍼바이저는 "일반 팝콘은 버터와 소금을 섞어 고소한 맛이 나도록 하고 캐러멜 팝콘의 경우 스피드 오일을 섞어 바싹하면서도 고소하게 튀긴다"고 했다.

CGV의 경우 2시간 내에 튀긴 팝콘만 제공한다. CGV 관계자는 "팝콘의 맛은 타이밍이다. 기름은 몇 시간이 지나면 산화가 진행되고 이는 산패(酸敗)로 이어진다. 팝콘은 원래 즉석 음식인 만큼 바로 만들고 바로 먹을 수 있게 손님들에게 만든 지 2시간 내의 팝콘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했다.

◆주전부리의 진화

관객의 연령층과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영화관 주전부리도 진화하고 있다. 팝콘과 음료를 묶은 세트 메뉴에서부터 피자, 칵테일, 와인, 맥주도 등장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초코라떼, 그린티라떼 등 커피전문점에서만 취급하는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사랑콤보'(레몬에이드'핫초코'녹차라떼'허브차 중 택 1+스낵 택 1)나 '행복콤보'(병맥주 택 1+스낵 택 1) 등 여러 메뉴를 합친 콤보 세트도 등장했다. 프리미엄 상영관인 샤롯데에서는 생과일주스, 맥주, 와인도 주문할 수 있다.

만경관의 경우 10여 개의 콤비 세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팝콘과 음료 등을 결합한 '러브세트' '콤비 세트' 등을 내놓고 있는데 가격 경쟁력에서 다른 영화관보다 우위에 서 있다. 기본적인 콤비 세트의 경우 5천500원으로 1만원대에 이르는 다른 영화관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또 팝콘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피드 오일을 넣어 달달한 맛을 내고 있다. 이곳 관계자는 "팝콘뿐 아니라 나초나 오징어 등이 다른 영화관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다른 영화관의 경우 의자가 고정식인데 반해 만경관의 경우 등받이가 뒤로 젖혀져 안락한 분위기에서 주전부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CGV는 유명 셰프가 직접 개발하는 매점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연 1, 2회 정기적으로 메뉴를 업그레이드한다. 최근에는 포테이토 피자, 콤비네이션 피자 등 피자를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핫도그와 팝콘 역시 지속적으로 리뉴얼해 출시하고 있다. CGV 관계자는 "매점 판매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새로운 메뉴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메가박스는 최근 일부 영화관을 중심으로 국내산 맥주를 잔당 3천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캐릭터를 팝콘 박스로 활용한 '캐니팝'이 인기를 끌고 있다. 1만3천원을 내면 팝콘 1박스를 캔과 함께 구입할 수 있고 이후부터는 팝콘 박스를 가져가면 2천원에 리필 받을 수 있다. 또 맥주 2잔과 팝콘, 기타 메뉴(나초'오징어'포테이토'핫도그 중 택 1)로 구성된 '비어 콤보'도 출시했다. 메가박스 운영팀 이미경 매니저는 "영화관의 다양한 먹을거리 문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춘 메뉴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글'사진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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