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교육 비타민] 록펠러의 '회계장부 A'

미국 석유왕이요 자선 사업가인 존 데이비드 록펠러(1839~1937)는 일곱 살 때 어머니가 야생 칠면조 알을 집으로 가져와서는 잘 길러서 팔아보라고 권하여 그것을 실천했다. 3년 동안 칠면조를 길러 모은 돈이 50달러나 됐다. 이후 늘 근검절약을 강조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록펠러는 10대 때부터 꾸준히 용돈관리장을 썼다. 얼마를 벌었고, 얼마를 썼는지 1센트까지도 꼼꼼하게 썼는데, 그것이 그의 '회계장부 A'다. 말이 회계장부이지 허름한 공책에 지나지 않는다. 록펠러는 이 회계장부에 용돈으로 받은 돈, 사용한 돈, 헌금으로 낸 돈 등 그날그날 일기를 적는 것처럼 죽을 때까지 '회계장부 A'를 적었다고 한다.

록펠러가의 아이들도 자신들이 부잣집에서 태어났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자랐다고 한다. 아이들은 언제나 용돈을 받기 위해 일을 해야 했고 그날 쓴 돈을 아버지 록펠러처럼 회계장부에 적지 않고는 잘 수가 없었다고 한다. 록펠러는 자녀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용돈 관리를 하도록 했고, 용돈 교육을 통해 돈 관리 방법을 가르쳤다.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용돈만 주고, 용돈관리장을 꼭 쓰도록 했다. 식사시간에는 음식물을 남기지 않도록 했고, 쓰지 않는 전등은 반드시 끄도록 했다. 또 록펠러는 형제들끼리 서로 옷을 물려 입도록 했다. 그래서 외아들인 록펠러 2세는 7살 때까지 누나들이 입던 옷을 입었다고 한다. 용돈 교육뿐만 아니라 절약하는 습관까지 철저하게 가르쳤다. 록펠러가의 용돈 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에게 용돈을 그냥 주지 않고 뭔가 일을 시킨 다음에 준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은 어떠할까? 용돈의 규모가 엄청 커지고 선택의 기회는 나날이 증가하여 충동구매나 과시구매의 기회가 많아져서 합리적 용돈 관리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합리적 용돈 관리는 용돈 나누기에서 비롯될 수 있으므로 소비, 저축, 투자, 기부의 4단계 용돈나누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합리적 용돈 관리를 위한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용돈의 규모와 가정형편,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소비 30%, 저축 30%, 투자 30%, 기부 10% 정도의 비율이 적극 권장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예산제약을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예산제약이란 돈을 무한대로 쓸 수 없다는 경제용어다. '내가 번 돈의 한도 내에서 써야 한다'는 세상의 법칙인 셈이다. 아이들이 용돈을 사용할 때 그 돈이 한정된 자원이라는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자신의 용돈 관리는 제대로 될 수가 없게 된다.

용돈기입장을 작성하는 목적은 '결산'을 하기 위한 것이다. 용돈기입장 작성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이들의 씀씀이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이 쓴 돈의 내역을 세부적으로 정리해보는 용도인 것이다. 아이가 고가의 장난감을 사고 싶어 하는 경우 목표 기한을 정하면 한 달에 얼마를 저축해야 하는지 계획할 수 있다. 매달 결산을 하고 있다면 그 돈을 어떻게 만들지 궁리할 수 있다. 간식비를 얼마 줄이고 오락비를 얼마 줄이고 몇 개월 뒤에 그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식으로 계산하고, 그에 맞게 자신의 생활을 조절할 수 있다. 경제적 지혜, 치밀한 계획, 꾸준한 실천은 결국 잔잔한 기쁨과 행복의 파랑새인 것이다.

김상규(대구교대 사회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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