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도심 '다랭이 논' 벼 화분 쑥쑥 자란다

실제 논 옮겨 놓은 듯 도정하면 쌀 300g 나와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수성아트피아에서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벼화분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수성아트피아에서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벼화분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대구 도심 다랭이논 벼화분이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공공시설은 물론 아파트, 학교 등 곳곳에서 다랭이논 벼화분 분양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

대구시 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 6월 처음으로 동대구역과 국채보상공원 등 대구 도심 5곳에 다랭이논 벼화분 2천500개를 설치했다.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은 물론 친환경 녹색도시 구현의 의미로 시작된 사업이었다.

설치 시작과 동시에 벼화분은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책임크레텍, 방촌초교, 경산제일교회 등 기업, 학교, 종교시설 등에서도 분양 요청이 들어왔다.

하지만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농업기술센터는 예산 부족으로 벼화분 공급이 수월치 않은 실정이다. 애초 확보하고 있는 2천500개 이외에 추가로 벼화분을 제작할 경우 벼화분 1개당 제작비가 2만원. 흙, 물 등 비용을 합하면 1개당 3만원 정도 최초 설치비가 든다는 것이다.

이곳 관계자는 "지금까지 교회, 학교, 어린이집, 아파트 단지 등에서 벼화분 분양 요청이 들어왔지만 거의 분양하지 못했다"며 "공익시설과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우선 공급처로 삼고 있다. 간절히 원하는 곳에는 벼화분 제작처를 연결해주는 것으로 갈음하기도 했다"고 했다.

최근 벼화분 700개를 분양받은 대구도시철도공사의 경우 분양받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공공시설 이외에 벼화분이 분양된 곳은 대구 달서구 성서주공 7단지(20개)가 유일하다. 그나마 이곳도 지난해 8월 발 빠르게 요청한 덕분이다.

농업기술센터는 분양을 원하는 곳에 벼화분을 설치해줄 계획이었지만 올해 예산이 1천200만원에 그쳐 공급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예산의 절반이 인건비로 쓰이고 나머지는 흙, 병충해 예방책 마련 등에 쓰이고 있어서다. 벼화분에 물을 대주는 것만 설치 기관이 맡을 뿐 병충해 방지 등 기술적인 부분은 농업기술센터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편 벼화분은 가로 50㎝, 세로 50㎝, 높이 30㎝ 크기의 고무 화분이지만 실제 논과 같은 흙과 모종이 담겨 있다. 벼화분 1개에서 나오는 쌀의 양은 도정까지 마치면 300g 정도. 성인 남성의 한주먹 정도 양이다. 지난해 2천500개의 벼화분에서 나온 쌀은 300㎏. 당초 예상 수확량인 400㎏보다 다소 줄었다. 24시간 조명이 있는 엑스코와 동성로에 설치된 벼화분이 벼 생육조건에 맞지 않았던 탓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다랭이논이란?

천수답(天水畓), 벼농사에 필요한 물을 빗물에만 의존하는 논이라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계곡이나 구릉지에 자연적으로 생긴 작은 규모의 논을 다랭이논이라 통칭하는 데서 착안해 대구시 농업기술센터는 도심형 다랭이논 벼화분이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남 남해안의 계단형 다랭이논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