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시대의 이슬람, 그 반역의 역사/김중순 지음/소통 펴냄
다문화사회에서 종교의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역사에서는 종교가 그런 주목을 받은 적이 별로 없다. 공존을 위해 균형을 잘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게 되었다. 과거에 그러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하는 주장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한국 땅에서 이슬람이 연구되어야 할 이유라는 것이 저자 김중순의 생각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슬람에 대한 인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경계와 배척의 대상으로 여겨져 다문화사회를 위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것이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는 서구의 오랜 고민이었음에도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독일 자알란트 대학에서 종교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계명대 한국문화정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슬람 전문가로 이슬람 연구서도 냈다. 이 책도 단순한 이슬람 연구서나 개론서가 아니라 저자의 문제의식까지 담고 있는 이슬람 안내서다. 이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따뜻한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에 '한 손에는 칼, 다른 한 손에는 코란'이라는 구절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또한 최근 언론보도에서도 9'11테러, 탈레반 등의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린다. 이슬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이슬람이라고 하면 폭력성과 호전성을 먼저 연상하게 된다. 미국적인 사고의 영향인지 일각에서 이슬람은 악의 상징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이슬람은 이제 사라져야 할 종교이며, 야만문화인가?
세계사에서 이슬람과 서구기독교는 종교적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뿌리도 같다. 그러면서도 서로 불편한 역사적 인식을 지니고 있다. 그 책임은 양쪽 모두에게 있다. 저자는 여기서 서구적 해석에만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인식을 질타한다. 실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이슬람 인식 태도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면서 서구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을 반성하도록 유도한다.
저자는 이슬람의 확산 과정이 곧 전쟁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들어 이러한 전쟁의 역사가 이슬람을 배타적이며 상극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전쟁의 역사 이면에 숨어 있는 교류의 역사를 읽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슬람을 통해 종이제조술과 항해술, 그리고 인쇄술 등이 서방세계로 넘어가고 그것이 인류사의 혁명적 변화의 원인이 됐다.
이슬람은 지리적으로 동서 문명이 교차하는 지점에 접해 있고, 다른 종교나 문명보다는 후발주자로서 등장하였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이슬람의 역사를 그리스. 로마 문화, 페르시아 문화, 인도 문화, 중앙아시아, 동남아, 중국 문화 등 세계의 여러 문화권을 횡단하면서 이슬람의 포용성과 개방성을 추적하며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독자가 방대한 이슬람의 역사를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래서 이슬람 역사를 현장감 있게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안에 저자의 문화적 소양과 광범위한 자료 섭렵, 역사를 보는 통찰력을 녹여 냈다.
저자는 오늘날 이슬람 문화의 폭력성과 배타성의 근원을 이슬람 국가들의 근대화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찾고 있다. 서구의 근대성이 이슬람의 영향을 받으면서 형성되었지만, 그 인본주의와 과학은 오히려 세속적인 근대성으로 발전되었다. 따라서 저자는 오늘날 이슬람이 직면한 과제는 이슬람 교리와 서구 근대적 세속성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서 찾고자 한다. 이슬람 원리주의 등장 배경에 서구의 개입과 침략이 있었음도 보여준다.
358쪽. 1만5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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