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범인 식별 절차에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준수해야 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법원에서 강도상해로 기소된 50대에게 무죄를 선고, 이목을 끌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부장판사 강동명)는 새벽 시간 집 앞에 주차하던 여성에게 접근해 흉기와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을 뺏은 혐의(강도상해)로 기소된 A(55)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할 때 수사기관이 범인 식별 절차에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준수해야 할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피고인의 사진 한 장만 제시하고 범인인지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보고서에도 피해자가 '경찰관이 사진을 보여줘서 보니까 대략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 사람의 형체와 맞는 것으로 생각된다는 식으로 말했을 뿐 확실히 그 사람이 맞다고 진술한 것은 아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낮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서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키거나 용의자 사진 한 장만을 목격자에게 제시해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그 신빙성이 낮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범인 식별 절차에 있어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하려면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 또는 묘사를 사전에 상세히 기록한 뒤 용의자를 포함해 그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목격자와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재판부는 "형사소송에서 범죄 사실이 있다는 증거는 검사가 제시해야 하고, 피고인의 얘기가 거짓말 같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피고인을 불리하게 할 수 없다"며 "범죄 사실 증명은 법관에게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2003년 40대 여성이 귀가하기 위해 집 앞에 차량을 주차하는 것을 보고 흉기를 들고 차량 안에 들어가 폭행 및 흉기로 찌르고 현금 등 금품을 뺏은 뒤 차량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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