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럼 18홀 파72]

yips, 입스라는 골프에서 쓰는 용어가 있다.

숏 퍼팅 시 손이나 손목의 근육에 영향을 주는 불안정한 컨디션을 말한다. 이는 골프 선수가 퍼트를 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호흡이 빨라지고 손에 가벼운 경련이 일어나는 등의 증세로 애를 먹는 상태인데 이런 현상이 심할 경우 선수가 경기를 포기하는 일도 있다.

모 방송국에서 하는 고교동창골프대회를 시청하다 보면 핸디캡이 거의 싱글 수준인 선수들이 카메라가 옆에서 비추고 갤러리가 응원하면 꼭 미스샷이 나와 동문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경우를 본다. 간혹 어떤 프로는 30cm 퍼팅도 긴장에 의해 놓치는 경우가 있다. 평소 편한 친구들과 치는 주말골퍼들에게는 이런 일이 드물지만, 승부를 겨루는, 내기를 한다거나 꼭 이겨야만 되는 샷이나 퍼터에서 미스샷이 나오곤 한다.

뇌에서 근육을 지배하는 자율신경계의 긴장으로 근육이 리듬을 잃어버린 경우 미스샷이 나오곤 한다. 자율신경계가 안정되어서 적절한 긴장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부교감신경이 이를 통제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는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교감신경의 비율이 지나치게 항진된 결과다. 이 경우 근육이 긴장하게 되고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된다. 증상이 심하면 신경성 병(우울증, 불안증)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그러면 과연 이러한 현상에 대한 치료적 접근은 무엇이 있을까? 정신치료, 집단치료, 가족치료, 약물치료 등의 전통적인 방법이 있고, 그외 스포츠심리학에서 연구되어온 여러 행동요법이 사용될 수 있다.

선천적으로, 체질적으로 예민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후천적으로 과거의 뼈아픈 실패 경험, 어렸을 때 지나치게 엄하거나 일관성 없는 부모의 훈육에 대한 아이의 좌절, 내면의 심상에 대한 일그러지고 상처받은 자아의 모습 등에서처럼 성장과정에서의 자아 형성이 불안정하다면 수행불안이 유발될 수 있겠다. 이런 경우는 정신치료가 도움이 된다.

프로선수처럼 전문적인 접근법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주말 골퍼에게는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그중 복식호흡법을 권하고 싶다. 복식호흡을 통해 미주신경(부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교감신경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 운동을 통한 체력관리와 스트레스관리가 전제조건이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셔 오늘 컨디션이 안 좋다면서 좋은 샷이나 퍼팅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 아닐까?

대구한마음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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