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안전행정부가 선정한 지역특화산업 육성 분야 지방행정의 달인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모임이 끝나고 기자 한 사람이 그룹채팅방을 열어 필자의 카카오톡 문패로 건 꽃 이름이 제비꽃이냐고 물어왔다. 필자는 "제비꽃이 아니라는 것만 압니다. 아마 구례군의 정연권 달인은 아실지도…"라고 하였다. 곧바로 정 달인으로부터 답이 왔다. "각시붓꽃입니다." 정 달인은 전남 구례군의 야생화 산업화를 오랜 기간 주도해오고 있는 공무원이다.
새 정부의 지역정책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광역적(regional) 사업보다 소지역적(local)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산업육성 측면에서는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사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지역특화산업 육성사업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특화산업 육성의 수요 측면의 의의는 다른 어느 지역도 갖고 있지 않은 지역 고유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데 있다. 그 지역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상품은 국내적으로, 나아가 세계적으로 독점력을 갖게 되어 초과이윤을 창출하게 된다. 그런 것 중에는 첫째, 장소 자체를 파는 것(place mar keting)이 있다. 어느 곳이든 특정 장소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지역 고유의 자연, 역사, 문화자원을 매력 있게 가꾸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고 지역에서 많은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 지역만의 독점적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합쳐서 OECD에서는 ABCD(Asset Based Community Development)전략이라고 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특화산업 육성에 필요한 인적자원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이다. 최근 귀촌귀농이 늘어나고는 있으나 여전히 농산어촌 청장년들이 부족하고, 귀촌귀농 가구들과 토착 가구들 간의 융합이 어려운 현실이다. 1960, 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이 농산어촌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지만 그때만 해도 새마을운동을 끌어갈 청장년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인적자원들이 턱없이 모자란다. 원료도 있고, 땅값도 싸지만 사람과 아이디어가 없어 산업육성이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농산어촌에도 과거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 않은 고급 인적자원 집단이 하나 있다. 바로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이다. 지역특화산업 육성에 있어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이유이다. 이들이 일반적인 행정 업무 외에 과거 새마을운동, 4H운동의 리더 역할을 맡아야 하고, 산업육성에도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부족한 관내 인적자원들을 조직화하고 다이내믹하게 활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식과 실천력을 겸비한 공무원들이 지역발전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제비꽃만 알아서는 안 되고, 각시붓꽃도 금방 알아채는 안목을 갖춘 공무원이 필요한 시대이다.
또한 지역 기업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 기업들의 집합체가 지역산업이다. 지역 기업들이 오래 살아남고 성장하는 게 지역발전의 알파요 오메가다. 그러자면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하고 재투자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단한 혁신이다. 제품혁신, 공정혁신, 조직혁신, 판매혁신이 창조경제의 기본이다.
아울러 기업가들은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역에 뿌리내리려는 강한 의지를 갖출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명품 제조업체들이 시골의 작은 동네에서 수십 년, 수백 년 자리를 잡고 성장해온 결과 그 동네 자체가 세계적 명소가 된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보잉, 스와로프스키, 할리데이비슨 등이 그러하다. 이런 기업들에는 고급 인적자원들이 몰려들고, 지역민들도 전문 기술인, 기능인으로 대를 이어 그 기업에 취업함으로써 기업성장과 지역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역에 뿌리내리는 것이 기업의 장기적 발전에도 유익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절실하다.
지역특화산업 육성도 결국 지역민들의 창의성, 열정, 추진력에 달려 있다. 현재의 농산어촌 사정에 비춰볼 때 이를 선도하는 공무원,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소명의식이 첫째 요건이다. 중앙 부처와 지역 기업들 또한 농산어촌의 인적자원 양성과 취업 증대에 나서야 한다.
장재홍/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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