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부모 탓이라는 딸

청소년 남매를 둔 아버지입니다. 딸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등교를 거부하더니 중학교에 와서는 출석일수보다 결석일수가 더 많을 정도로 공부에 손 놓은 지 오래됩니다. 또 매사에 의욕이 없고 그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빠져 무절제한 생활을 하며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을 합니다. 제 성격은 급한 편이며 깔끔하여 늘 잔소리를 심하게 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딸의 행동이 걱정되어 간섭을 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딸은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으로 화를 내고 따지고 대듭니다. 특히, 세 살 위의 오빠를 시기하여 부모가 오빠만 감싸고 자기를 소외시켜 차별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자기행동의 모든 원인을 가족 탓으로 돌립니다. 딸 문제로 가족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데 저는 퇴근 후 집에 들어가기가 싫을 정도입니다. 선생님의 좋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학교와 일상생활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모든 원인을 부모 양육 탓으로만 돌리는 딸의 공격적 태도에 부모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힘드시겠습니까.

이 문제를 풀려면 먼저, 아이의 분노와 억울함이 어디서 출발했는가를 탐색해야 합니다. 이때, 부모의 자리에서 아이를 보기보다는 아이 자리에서 부모 양육과정을 돌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부모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을 때 아이는 자기를 편들어주고 보듬어 주는 부모 사랑이 필요했겠지요. 그러나 아이가 귀하 부부로부터 이 사랑을 독차지하기에는 '오빠'라는 막강한 존재가 있어 많은 욕구좌절을 경험했었을 것입니다. 형제는 가족 간 친밀한 혈육관계이면서도 부모의 사랑을 놓고는 그 사랑을 서로 독차지하려는 욕구가 있으므로 긴장된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최고의 경쟁관계라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딸이 부모에게 따지고 대들 만큼 속상해 있는 것은 가족이 오빠만 사랑하고 편들어주어 자기는 소외되고 좌절해서 무력하게 되었다고 믿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마음을 공감해주지 않고 잔소리를 하며 비난을 가하면서 딸아이 행동의 변화를 바라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찾기 식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귀하는 지금 상처 난 딸의 마음 앞에서 '네 마음을 몰라주어 미안하구나'라는 말로서 '백기'를 드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아버지가 딸을 얼마나 사랑했는가의 기억도 충분히 살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매우 필요합니다. 지금, 귀하께서 할 일은 아이의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며 화나 있는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일입니다.

그 따뜻함과 공감이 아이에게 퍼부어질 때, 귀하는 비로소 아이의 비둘기 같은 온순한 눈빛과 흐르는 냇물 같은 잔잔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봄바람과 북풍 이야기'를 아시지요? 겨울옷을 몇 겹이고 두텁게 입은 어느 나그네가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옷을 벗겨내려고 두 바람이 내기를 했지요. 그러나 큰소리를 치며 비바람과 추운 광풍을 보낸 북풍은 나그네 옷을 벗기기는커녕 도리어 옷을 더 단단히 껴입게 했지요. 하지만 다사롭고 훈훈하고 편안한 바람을 보낸 봄바람에게는 나그네가 무겁고 답답한 옷을 훨훨 벗어버리는 기쁜 결과를 주었지요.

이처럼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우유처럼 달큰하고 편안한 부드러움뿐이랍니다!

지금, 부모님께서는 추운 북풍보다는 따사로운 봄바람으로 아이의 '분노와 고통'의 옷을 벗겨주시기를 권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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