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 피해자 대부분 여성·아이들, 가정폭력은 범죄

2년 전쯤에 민원실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다. 40대 중반의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오셔서 꼭 여경과 상담을 하고 싶다고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그분에게는 초'중'고에 다니는 딸이 세 명 있는데 남편이 아이들과 자신에게 수시로 폭행을 한다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평소에 남편은 딸의 용돈을 빼앗아 술을 마시고, 방에 불을 끈 채 칼을 들고 가족에게 행패를 부린다고 했다. 네 모녀는 공포감에 서로를 부둥켜안고 제대로 울지도 못한 채 10년을 살아온 것이다. 그러면서 보복이 두려워 신고 한 번 못하고 살았단다.

정부가 발표한 4대 사회악(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중 가장 집요하고 음성적이며 재범률이 높은 것이 바로 가정폭력이다. 폭력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피해자는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잃어가게 된다. 피해자 대부분 힘이 약한 여자와 아이들이다 보니 보복이 두려워 밖으로 드러내길 꺼린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밖에서 분노를 표출하게 되고 학교폭력, 성폭력 등 또 다른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가정 내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큰 범죄다. 그 안에서 지금도 움츠려 울고 있는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자. 그리고 내 주변, 내 이웃 중에 울고 있는 이가 없는지 한번 둘러보자.

성서경찰서 아동여성계 경사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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