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면서 실패도 있었고 주저앉은 적도 많았지만 한 우물만 팠습니다."
경북 성주군에 있는 신원플라텍은 플라스틱 재가공 및 재활용 업체로 업력은 얼마 되지 않지만 오너의 오랜 시련과 경험이 그대로 묻어난 기업이다. 단순한 작업일 수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가지고 해외 수출의 판로를 뚫는 등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실패에도 일어선다
신원플라텍은 여러 공장에서 나오는 플라스틱(폐합성수지)을 사들여 이를 재판매하는 업체다. 박성규 대표는 "폐합성수지를 판매하는 방법은 크게 재가공과 재활용 두 가지다"며 "재가공은 사출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폐합성수지를 재생칩 형태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정식으로 설립된 것은 지난해다. 박 대표는 "신원플라텍을 세우기 전에 신원케미칼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먼저 운영했다"며 "모두 다 플라스틱 재가공 업체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플라스틱 재가공업을 시작한 것은 15년여 전 아버지의 일을 도우면서다. 그는 "나는 20대에 아버지 회사에서 플라스틱 재가공 일을 배웠다"며 "이후에 가업을 물려받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1997년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자마자 IMF가 터졌다. 폐합성수지를 돈을 주고 사들여 재활용해 판매하는 사업이다 보니 현금이 원활히 돌지 않으면 당연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IMF 때 어음이 많이 돌았고, 부도난 어음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사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02년 회사가 부도났다.
박 대표는 "말 그대로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 꾸려나가려는데 한번 빛도 못 보고 빚더미에 앉았다"며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결국 플라스틱 재가공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첫 실패를 교훈 삼아 좀 더 안정적으로 회사를 꾸릴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생각한 것은 원재료인 폐합성수지를 좀 더 싸게 구입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싸게 사면 싸게 팔 수 있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도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공장을 꾸려나갔지만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한순간 모아뒀던 폐합성수지가 타버렸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회사가 없어지지 않고 자리매김한 것이 신기할 정도다"며 "사업 분야가 독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하우와 앞선 설비로 선점
한 번의 부도와 두 번의 화재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박 대표는 그 와중에도 많은 노하우를 깨쳤다. 그는 "플라스틱 재가공은 제품의 종류가 무수히 많다. 그 말은 특성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며 "또 한번에 많은 양이 거래되기 때문에 폐합성수지의 가치를 자칫 잘못 판단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14년 동안 한 우물을 판 박 대표는 한번 보는 것으로 폐합성수지의 가치를 판단하는 눈이 생겼다. 그는 "눈으로 한번 보고 불로 샘플을 태워 발생하는 연기와 냄새 등을 기준으로 물건의 품질을 파악한다"며 "반응기를 통해서 정확하게 품질을 알 수 있지만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80% 정도는 맞힌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노하우와 신원플라텍이 가진 설비 역시 회사를 앞서가게 하는 이유다. 회사는 도로용 페인트를 만드는 원료인 '분채도료원료'를 생산하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 설비 역시 폐합성수지를 이용한다. 박 대표는 "반응과 탈수, 건조 단계를 거치면 페인트 원료인 가루를 만들어낸다"며 "이 설비를 갖춘 곳은 국내에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덕분에 신원플라텍은 대기업과 거래를 성사시켜 안정적으로 폐합성수지를 확보해 매달 수천t의 폐합성수지를 처리하고 있다. 동종업종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성장했다.
박 대표는 "200여 가지의 플라스틱 품목 중 10% 정도를 우리가 취급하고 있다"며 "다양한 재생플라스틱을 가질수록 경쟁력이 생기고 많은 바이어들이 찾게 된다"고 말했다.
또 회사는 소비자가 많이 찾는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생필품에서 어떠한 특정 제품이 갑자기 많이 팔린다면 곧바로 그 원료가 되는 폐합성수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아시아 시장 진출
신원플라텍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박 대표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플라스틱 재가공품은 거의 내수에 그쳤다"며 "하지만 우리는 중국 시장을 뚫어서 수출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을 가장 먼저 노리는 이유는 인구가 많아서다. 대부분의 생필품이 합성수지를 이용하는 만큼 중국은 재가공된 합성수지가 많이 필요한 곳이다. 박 대표는 2000년대 말 중국시장을 두드렸고 그곳 파트너와 평생의 연을 맺기도 했다.
그는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하면서 동종업을 하는 와이프를 만나 2010년 결혼했다"며 "한족인 아내가 회사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신원플라텍은 현재 내수보다 중국 수출 비중이 더 크다. 초기 진출에 비해 현재는 매출이 5배로 뛰는 등 중국 진출로 인한 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박 대표는 "아내가 중국말과 한국말을 다 잘하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고 중국인의 입맛을 잘 안다는 게 상품을 구입하고 판매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또 바이어에게 신뢰감을 주는 데에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신원플라텍은 중국에서 더 나아가 아시아 지역에도 재가공 합성수지를 수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이 사업은 어찌 보면 고부가가치는 아닐 수 있다"며 "하지만 해외 시장을 계속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는 국내 1위 기업이 되고 고부가가치 사업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尹파면' 선고 후 퇴임한 문형배 "헌재 결정 존중해야"
안 "탈당해야" 김·홍 "도리아냐"…국힘 잠룡들 尹心 경계 짙어질까
전한길 "사전투표 규칙 개정해야…제2의 홍콩·베네수엘라로 몰락할 수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7共" "체제전쟁" 국힘 경선 후보들 '反이재명' 한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