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멋져요" 러시아 처녀 카차 씨의 서문시장 나들이

맛있는 것 많고 예쁜 옷 많고…

러시아인 유학생 카차(22) 씨가 5일 서문시장을 둘러봤다. 카차 씨는 서문시장의 규모,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러시아인 유학생 카차(22) 씨가 5일 서문시장을 둘러봤다. 카차 씨는 서문시장의 규모,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한국 전통시장 너무 크고 사람이 많아서 길을 잃어버리겠어요.'

교환학생으로 대구에 온 지 4개월 된 러시아인 카차(22) 씨. 서문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큰 시장은 처음 봤다며 30℃가 훌쩍 넘는 더운 날씨에도 시장 구석구석을 구경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금발의 러시아인이 시장 곳곳을 누비자 상인들도 카차 씨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어설픈 영어로 물건이나 먹거리를 권하기도 했다.

카차 씨는 "러시아도 마찬가지지만 시장은 시끌벅적하고 볼거리가 많아 더 좋은 것 같다"며 "한국에 와서 작은 시장들은 다녀봤지만 서문시장은 대형마트보다도 훨씬 커서 규모에 압도당했다"고 말했다.

◆한복에 빠진 러시아인

서문시장 상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카차 씨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서문 4지구의 한복 점포.

한국의 문화를 배우는 수업에서 한복에 대해 들어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뷰티풀'을 외쳤다. 화려한 색상의 한복을 구경하던 카차 씨에게 가게 상인은 한 번 입어보라며 분홍색 치마와 노란 저고리를 건넸다.

어설프게 저고리를 먼저 걸치는 모습을 보며 웃던 상인은 치마를 입히고 저고리의 옷고름을 매는 방법을 선보였다.

카차 씨는 "옷이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화려해서 특별한 날에 입으면 좋을 것 같다"며 "특히 서문시장이 한복으로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소문만큼이나 너무 아름다운 옷들이 많다"고 했다.

서문시장에는 한복뿐 아니라 카차 씨 눈에는 모두 신기해 보이는 물건투성이였다. 한국의 미를 담아 디자인된 각종 장신구들을 보고는 "러시아로 돌아갈 때 기념품이 필요했는데 이곳에서 구입해야겠다"고 했다.

또 촉감이 시원해 여름철 인기가 많은 일명 냉장고 바지나 처음 보는 모기장 등을 가장 신기해했다. "대구의 여름이 너무 더워 힘들었는데 이런 아이디어 상품들이 있으면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문시장의 길거리 음식도 카차 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국수나 떡볶이 등은 대학가 근처에서도 많이 접했지만 '호떡'은 카차 씨의 눈에 생소한 음식이었다. 뜨거운 호떡을 한입 베어 문 카차 씨는 "뜨겁지만 달콤해서 너무 맛있다"고 했고 금발의 외국인에게 호떡가게 사장님은 시원한 식혜를 대접했다. 카차 씨는 "한국 시장 상인들은 다들 친절한 것 같다"며 웃었다.

◆전통시장은 한국문화를 알기 가장 좋은 곳

카차 씨의 고향인 러시아 모스크바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로 인해 시장이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러시아에도 전통시장들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손님이 없어 썰렁할 뿐 아니라 시장이 있던 자리를 매입해 대형쇼핑몰이 들어서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카차 씨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각종 지원과 정책을 마련하고 언론사와 민관이 모두 힘쓰고 있다는 얘기에 매우 놀랐다.

대구에서 대형마트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다는 카차 씨는 의류, 신선식품 등 상품군별로 체계적으로 구획돼 있고 천장 아케이드 설치가 잘돼 있는 서문시장의 모습에 대형마트 못지않은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전통시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친절한 상인들과 함께 에누리를 꼽았다. "물건값을 깎는 재미도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인 것 같아요. 특히 외국인에게는 더 친절하게 대해줘서 한국사람들의 정이라는 걸 시장에서 가장 잘 느낄 수 있죠."

카차 씨는 전통시장이 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고 일상생활에 바쁜 평범한 사람들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고 했다. 사람들이 무엇을 사고 무엇을 먹는지 보면 우리나라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서문시장을 방문한 이번 경험은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또 다른 페이지를 여는 느낌을 주네요. 모스크바에는 이렇게 큰 시장이 없는데 서문시장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서 하루 만에 다 보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한국인 친구들과 다시 한 번 꼭 와야겠어요."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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