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대구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인구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교통과 일자리, 교육 등 주요 생활 인프라가 집약된 지역은 인구 유입이 뚜렷한 반면, 인프라가 미흡한 지역은 빠르게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진행 중이다. 중구는 인구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달성군은 산업단지와 신도시 개발로 외연을 확장했다. 반면 서구, 남구, 달서구는 인구 감소로 정체와 쇠퇴의 경계에 놓였다.
◆중구, 28년 만의 10만 회복 눈앞
2일 대구 중구청은 현재 하루 평균 순 유입 인원이 약 20명에 달한다며, 이르면 7월 안에 인구 10만 명 회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97년 이후 28년 만이다. 지난달 기준 중구 인구는 9만9천598명로, 10년 새 23.4% 증가했다.
중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도시철도와 상업시설 등 기존 기반시설과 맞물리며 가장 큰 인구 증가 혜택을 본 지역이다. 도시철도 1~3호선이 모두 지나고, 백화점과 금융기관, 법조타운 등이 밀집한 중심업무지구가 있어 일자리 접근성과 생활 편의성이 동시에 확보된 곳이다. 여기에 노후 주거지 중심으로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되며 주거 환경 개선까지 이뤄졌다.
동별 인구를 비교하면 도시철도 1~3호선이 교차하는 성내동과 남산동 일대 인구가 큰 폭으로 늘었다. 성내3동은 2021년 4천710명에서 2024년 1만2천778명으로 2.7배 증가했고, 남산2동도 6천387명에서 7천127명으로 11.6% 늘었다.
유독 중구가 재개발 효과를 톡톡히 본 이유로 기반시설이 손꼽았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는 "중구는 원래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었지만, 지난 10년 사이 다수의 재건축·재개발이 집중되면서 고밀도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했다"며 "1~3호선 등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아져, '직장·주거 근접'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도심 아파트 수요가 급격히 높아진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구도심인데…서구·남구는 인구 역주행
중구와 비슷한 구도심에 속한 서구와 남구는 전혀 다른 흐름을 보였다. 두 지역 모두 10년 전 대비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고령화와 저출산의 복합적 영향으로 자연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10년 새 인구가 서구는 20.6%, 남구는 13.9% 각각 줄었다.
서구는 지난해 평리뉴타운 대단지 입주로 일시적 반등을 보였지만, 해당 효과는 1년을 넘기지 못했다. 대구 도시철도 노선 중 서구의 중심부를 지나가는 노선이 없고, 북구·달서구 경계를 지나는 외곽 노선에 그치고 있다.
교통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문화 등 생활 기반시설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서구 내 일자리는 염색산단과 서대구산단 등 노후화된 산업단지에 집중돼 있고, 해당 지역의 노동환경도 청년층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환경기초시설, 소각장, 하수처리장 등이 서구에 집중돼 있어 지역 이미지 개선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정주 환경으로서는 매력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남구 역시 도시철도 1호선만 통과하고 있으며, 앞산과 미군기지의 지리적 제약으로 주거지 확장이 쉽지 않다. 주요 간선도로에서도 비켜나 있어 교통 접근성도 떨어진다.
서구와 남구는 모두 고령층에 편중된 인구구조 탓에 출생률 감소와 사망률 증가에 따른 자연적 인구 감소 영향도 다른 지역에 비해 큰 편이다.
전문가들은 서구와 남구의 인구 감소는 중구와 달리 도시철도를 비롯한 기반시설의 격차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김태운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남구는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루어지더라도 도로와 교육, 환경 등의 핵심 요인이 개선되지 않으면 인구 회복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서산단 쇠퇴 속 달서구는 줄고 달성군은 늘어
달서구는 한때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자치구였으나, 최근 10년 사이 빠르게 인구가 감소했다. 2013년 61만명이었던 인구는 무려 12.6% 감소했다.
특히 성서권은 산업단지 쇠퇴와 함께 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다. 신당동의 현재 인구는 10년 전과 비교해 무려 61.6%가 감소했고 인근 죽전동 인구도 10년 새 34.7% 줄었다.
이는 1988년 조성된 성서산업단지의 노후화와 기업 이탈이 맞물린 결과다. 제조업 중심 구조가 지속되며 산업 전환에 실패했고, 일부 기업은 성서산단을 떠나 달성군 국가산업단지로 옮기기도 했다.
달서구와 달성군은 인접해 있는 만큼, 상호 인구 흐름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달성군 다사읍과 현풍읍, 구지면 등에는 지난 10년간 신도시급 대규모 택지개발과 산업단지 조성이 동시에 이뤄졌다.
이 지역은 대구권 광역철도, 대곡~화원 도시철도 등 교통 확장도 예정돼 있어 주거 선호도가 상승 중이다. 달성군은 중구와 함께 지난 10년간 대구 8개 구군 중 인구가 증가한 유이한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달서구의 경우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 유출이 불가피하다면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거주할 인프라를 확충하는 식으로 인구 유출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달서구는 교육 인프라가 약하고, 자녀 진학 시 수성구나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의료·복지 인프라도 빈약해 노년층 이탈도 우려된다.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위한 생활환경 조성이 인구 유지의 열쇠"라고 말했다.
달서구청은 인구 유출 심화를 막기 위해 결혼장려팀을 신설하고, 신혼부부 맞춤형 정책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구청 관계자는 "도시 공동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정주환경 개선, 청년 유입, 고령친화시설 확충 등 다각적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與 진성준 "집값 안 잡히면 '최후수단' 세금카드 검토"
채무탕감 대상 중 2천명이 외국인…채무액은 182억원 달해
李정부, TK 출신 4인방 요직 발탁…지역 현안 해결 기대감
안철수 野 혁신위원장 "제가 메스 들겠다, 국힘 사망 직전 코마 상태"
심우정 "형사사법시스템, 국가 백년대계로 설계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