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미스터 고' 성충수 역 성동일

고릴라 출연료만 120억원…저는 100분의 1 될까요?

배우 성동일(46)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과 그의 인기가 요즘 크게 달라졌다. 개인적으로 1999년 드라마 '은실이'에서의 '빨간 양말'로 불린 그가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는데, 성동일은 현재 MBC 예능 '일밤-아빠! 어디가?' 속 준이 아빠, 영화 '미스터 고'의 에이전트 성충수로 사랑받고 있다.

시청률이 그리 높진 않았지만 얼마 전까지는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김태희가 연기한 옥정의 당숙을 맡아 야심 가득한 거상으로 카리스마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인간 성동일의 모습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의 얼굴' 성동일을 만났다. "고릴라 제작에만 120억원 들었다고 하니까 링링이 출연료가 120억원이라는 말이죠. 전 100분의 1이나 될까요?"(웃음)

가상의 고릴라보다 턱없이 부족한 출연료를 받고 영화 출연을 했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이지만, 김용화 감독을 향한 믿음 하나로 열정을 쏟아부었다. 이미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 등 두 흥행영화를 통해 연을 맺었던 사이니, 호흡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김용화 감독 작품이라 믿고 선택

"링링이는 소문만 듣고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웃어넘기는 성동일. 화면을 통해서만 링링이 보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일. 그는 특유의 넉살로 영화 '히트'(1996)에서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실제 촬영에서는 만난 적이 없다는 소문을 예로 들며 자신과 링링을 두 베테랑 배우와 비교했다. "링링이가 타석을 바꾸는 신 있잖아요? 거기서 링링이가 시선을 한 번 주는데 그게 명품 연기더라고요. '링링이 연기 잘하는구나' 했죠."(웃음)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 15세 매니저 소녀 웨이웨이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슈퍼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미스터 고'는 김용화 감독이 사재를 털어 세운 덱스터 스튜디오가 약 4년을 투자한 작품. 400여 명의 스태프가 땀을 흘려 만든 순수 우리나라 풀 3D영화다. 총 제작비가 225억원이나 들었다. 혹자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한 작품이었는데 장시간 노력을 들인 끝에 완성됐다. 성동일도 처음엔 미심쩍어했다. 하지만 김 감독을 믿었다.

"김용화 감독이 하면 저도 해요. 영화나 연기에 대해 저보다 더 많이 알거든요. 제가 생활형 배우라고 많이 말하고 다니는데요. 김 감독이 한 번은 '형, 생활형 배우 못하게 해서 미안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 작품 끝나면 더 많이 들어올 거야'라고 해서 계속 함께할 수 있었죠."(웃음)

성동일은 '미스터 고'에 참여하며 보통의 촬영보다 2, 3배나 긴 1년여를 몰입했다. 꽤 많은 작품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거절해야 했다. 생전 하지 않던 3박 4일 여행을 떠나 대본도 숙지했다. 모델로 삼은 잘나가는 스포츠 에이전트들을 보며 16㎏을 감량하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관객은 성동일이 나오면 으레 웃기겠거니 생각한다. '미스터 고'에서도 웃음을 주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그는 "어떤 이들이 '국가대표'와 비교해 내 캐릭터가 재미있지 않다고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링링이라는 훌륭한 캐릭터가 있으니 적당히 선을 맞췄다"고 했다. "제가 놀아야 할 자리는 알아요. 놀 때 놀아야지 극의 흐름을 깨면 안 되죠." '미스터 고'뿐만 아니라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영화팬들에게 처음 인사하는 서교와의 교감도 중요했을 텐데 어땠을까? '주당' 성동일은 어린 서교와 술잔을 기울이지 못해서인지 아쉬운 듯한 눈치다.

"나이 차도 있고, 술을 못 하니 거리감이 있긴 했어요. 하지만 서교가 정말 착해요. 반찬 투정도 안 하더라고요. 내가 서교 양 나이에 중국에서 찍었으면 미쳐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집중해서 연기하는 게 대단해요. 김 감독도 서교에게 '연기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어요."(웃음)

★아내와 아이들, 20년 연기 인생 원동력

요즘 인기인 '아빠! 어디가?'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성동일은 자신이 "무턱대고 무서운 아빠가 아닌, 엄한 아빠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들 준이를 비롯한 세 아이와 아내를 향한 솔직함 가득한 애정이 묻어났다.

"우리 애들이 식당에서 뛰면 큰일 나요. '다른 손님들이 시간 내서 비싼 돈 내고 밥 먹으러 왔는데 너희가 뛰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니?'라고 하죠. 준이가 이불을 안 밟는 것도 교육했기 때문이에요. '엄마, 아빠, 동생이 자는 이불인데 더러운 것들이 묻어 있는 발로 밟으면 안 된다'고 얘기를 해주죠. 전 잘못한 것도 없는데 때리지 않아요. 술 먹고 때리지도 않죠. 엄하긴 하지만 공포감을 주는 아빠는 아니에요. 내가 그렇게 하는 건 아이를 잘못 키우면 나이 먹어서 아내가 힘들기 때문이에요. 나나 집사람이 아이들에게 절제하는 걸 못 가르쳐서 나중에 잘못된 뒤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요."

최근 화제가 된 '아빠! 어디가?' 하차 발언도 절제의 연장 선상이다. "준이에게 '아빠! 어디가?'도 언젠가는 그만둬야 한다고 미리 말을 하는데요, 촬영을 갈 때마다 준이가 아쉬운 듯 '아빠 몇 번 남았어?'라고 물어요. 그러면 '좋은 경험하지 않았니, 이제 다른 친구들에게 건네주자. 여행하는 법을 배웠으니 나중에 가족끼리 편하게 여행을 가자'고 답하죠."

성동일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기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첫째가 아내, 둘째가 자식들, 셋째가 친형제'부모라고 꼽았다. 그는 "형제들이나 부모님은 내가 나쁘다고 볼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며 "아내, 자식들에게 해주고 싶은 게 많으니 열심히 일한다"고 했다.

이어 "'미스터 고'는 중국 대표 투자배급사 화이브라더스가 대한민국 영화에 50억~60억원을 투자하는 첫 작품"이라며 "이번 영화가 잘되면 다음 영화도 투자가 잘돼 한국영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정말 흥행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