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동서양의 크로스오버 미학

'강남스타일'이란 문화콘텐츠 창을 들고, 말을 타며 휘두르는 싸이의 K-POP 세계정복사가 전설로 우뚝 서고 있다. 싸이의 공식 유튜브 채널은 총 조회 수 30억 뷰, 강남스타일로만 조회 수 17억4천만 건이 그것.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인의 댄스곡이 된 요인을 기존에 수없이 언급된 것보다 필자는 태권도 기마 자세와 7'5조의 민요적 음수율에서 찾고 싶다. 음양오행의 법칙이 내재된 음수율은 서양의 월화수목금토일 동양의 木火土金水, 7요일(음양+오행)과 5행의 만남이다. 나아가 서양음악의 7음계 '도레미파솔라시'와 우리나라 5음계 '궁상각치우'로 대비되는 동서양의 만남이다.

이 노래의 핵심인 말춤의 기본은 태권도의 기마 자세이다. 양팔(木火)이 말의 고삐를 잡고 양다리(金水)로 말의 양쪽 배를 차며 허리(土)의 힘을 주는 기마 자세는 우주의 기를 모으는 자세이기도 하다. 음양의 법칙이 적용되어 친근감과 활동적 에너지를 발휘하는 것이다. 물론 싸이의 말춤에서 서양인들은 그들의 조상이 말로 써내려간 로마 원형경기장의 전차 경주, 미국 서부개척사, 로데오 경기 등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 타기'라는 세계인에 친근한 동서양 문화의 교묘한 만남이 오늘날 국제가수 싸이로 만든 건 아닐는지.

그러나 이 노래의 후속 싱글 곡 '젠틀맨'은 팝음악의 부정적 요소인 성적문란, 빅브라더의 세계독재국가, 비밀결사체 프리메이슨 상징전파 등을 어설프게 도입해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와 싸이 '흠뻑 쇼'에는 비밀결사계급 일루미나이트가 숭배하는 호루스(이집트의 태양신)의 3만 개 눈(전시안)이 등장했다. Old Gentleman(옛날 지도자: 엑스트라 노인들) Young Gentleman(새 지도자: 싸이), 흑백 체크무니(일루미나이트의 상징)는 흑백의 옷을 입은 싸이와 댄서들의 옷으로 나타나고, 그 가운데 싸이가 적색 양복을 입고 내가 바로 왕이라며 시건방을 떨기도 한다. 핵심 안무 '시건방 춤'이다. 시건방이란 말은 아버지 자리(풍수의 乾方)에 앉은 버릇없는 놈이다. 메시지가 서로 연결성이 없고, 적용한 에피소드들이 세계 팝 음악시장에서 너무 식상한 코드이며, 뚜렷한 한국적 요소와 동서양 교감 코드가 없다.

9월 신곡 발표를 위해 외국 작곡가와 칩거에 들어간 싸이에게 주문한다. 이를테면 탈춤과 사물놀이 등 한국적 요소를 주제로 하고, 서구의 가면무도회 코드를 부제로 하여 풍자와 해학코드가 들어 있는, 동서양 크로스오버 미학이 담긴 곡을 만들길 바란다. 싸이(코) 코리아(미친 코리아)가 K-팝을 넘어 K-컬처로 세계를 누비는 계기가 되어, 더 많은 대한민국의 세계적 문화 콘텐츠들이 탄생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서영환 시인, 음악평론가 seodam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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