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경(59'소프라노) 계명대학교 성악과 초빙교수는 뜨거운 대구의 여름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보내고 있다. 올해 대구예술가곡회 회장을 맡아 오는 9월 10일 열릴 22주년 정기연주회를 준비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것. 대구예술가곡회는 지역 시인이 쓴 시에 작곡가가 곡을 붙이고, 성악가가 노래를 하는 형식으로 매년 발표회를 열고 있다. 신 교수는 "22년이 되다 보니 이제는 좀 젊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신인 성악가 친구들을 영입해 무대에 세우고, 기존 신작만 발표하던 형식에서 탈피해 애창가곡도 함께 불러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로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워낙 낯선 작품들만 발표되다 보니 일반 청중들과는 동떨어진 무대가 되고 있다는 자기반성에서 나온 고민이다.
신 교수는 그의 인생 최고의 작품으로 오페라 '나비부인'을 꼽았다. 1997년 공연했던 나비부인은 신 교수에게 있어 초초상의 아리아인 '어떤 갠 날'(Un bel di)을 비롯해 어느 한 곡 빼놓을 수 없이 뇌리에 선연하게 남아있을 뿐 아니라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작품에 너무 푹 빠져 살다 보니 연습을 하는 장면에서도 눈물이 벅차올라 노래를 제대로 못 했던 기억도 있다"고 회상했다.
신 교수는 늘 무대에 설 때 "이 음악을 충분히 소화해서 감동을 주는 노래를 하자"는 각오로 선다고 했다. 그래서 당시 나비부인 공연을 끝내고 무대를 내려왔을 때 막 중학교 들어간 딸이 "엄마 정말 감동적인 노래였어"라는 말이 무엇보다 힘이 됐다고 했다. 그런 각오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신 교수는 "가끔 성악가들 중 소리에 너무 욕심을 낸다 싶은 친구들도 있는데, 물론 음악이라는 것이 기교적으로 자신을 갈고 닦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내 살아온 인생을 함축해 울림이 있는 소리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노래 잘한다는 소리보다도 '저 친구 음악에는 뭔가가 있어'라는 말이 참 듣기 좋더라"고 했다.
신 교수는 앞으로 작은 바람이 있다면 "오페라 조역으로라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웰메이드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탁월한 중견 배우들의 감초 조연 연기이듯, 오페라에서도 극의 무게감을 잡아줄 수 있는 조연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신 교수는 "얼마 전 미국에서 오페라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는데 '플라시도 도밍고'가 단역으로 출연해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가는 것을 보고 '바로 저거다' 싶였다"며 "우리도 나이 든 선배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배역, 신인 가수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단역이라는 공식을 허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시 태어나면 테너가 되고 싶다"는 신 교수. 소프라노로 한평생을 무대에서 살았지만 여전히 노래 욕심이 나기 때문이란다. 아직도 여전히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신 교수는 천상 '가수'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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