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량으로 몸살 앓는 율하동 롯데마트 주변

예상된 혼잡 "차로 더 확보했더라면…"

1일 오후 롯데마트 대구 율하점 뒤편 도로에서 범안로 지산범물 방향으로 가려는 차량이 위험하게 도로를 가로질러 고가차도 밑으로 달리고 있다. 이곳은 도로가 복잡하고 신호등도 작동하지 않아 사고위험이 높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일 오후 롯데마트 대구 율하점 뒤편 도로에서 범안로 지산범물 방향으로 가려는 차량이 위험하게 도로를 가로질러 고가차도 밑으로 달리고 있다. 이곳은 도로가 복잡하고 신호등도 작동하지 않아 사고위험이 높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동구 율하동 롯데마트 대구점이 입점한 롯데쇼핑프라자가 2010년 문을 연 뒤부터 인근 지역 주민들은 교통체증과 사고를 부르는 교통체계, 주차난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아찔한 차들과 시민들

롯데쇼핑프라자 뒤편 주차장 출구에서 나와 범안로 방향으로 100여m 가면 범안로에서 빠져나온 도로와 율하휴먼시아 15단지 방향으로 가는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 나온다. 이곳의 신호등은 노란색 불이 깜빡거리는 점멸등으로 운전자가 마주 오거나 옆에서 오는 차들을 주의해서 피해가야 하기 때문에 사고위험이 높다.

교통체증으로 인해 버스 이용객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롯데쇼핑프라자 바로 앞 안심로 편도 5개 차로 중 3개 차로는 직진 차로이고 2개 차로는 주차장으로 가는 우회전 차로이다. 문제는 우회전을 하려는 차들이 끼어들면서 시내버스는 버스승강장에서 가장 가까운 차로에서 밀려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승강장에서 3~5m가량 떨어진 곳에 버스가 정차하자 시민들이 주차장 진입도로를 따라 이동 중인 차들을 비집고 버스에 올랐다.

롯데쇼핑프라자에서 가장 가까운 전통시장인 목련시장(동구 신기동)의 김영한 상인회장은 "개점 전부터 교통체증이 심할 것이라고 경고를 했는데도 롯데는 차로를 추가로 확보하지 않는 상태에서 동구청이 아닌 대구시에서 건축허가를 받았다"며 "개점 때는 말도 못하게 차가 막혔고 지금은 주말만 되면 몰려든 차들로 인해 불편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이면 롯데쇼핑프라자로 밀려든 차들로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휴먼시아 15단지 주민인 임모(32'여) 씨는 "롯데쇼핑프라자가 생긴 뒤부터 주말이면 롯데쇼핑프라자 주차장 뒤편 도로에는 불법 주차된 차들이 인도까지 점령해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밀고 다니기 위험할 정도"라며 "불법주차 차량이 아파트 입구까지 막는 등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동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개인사유지나 다가구주택 내 주차장은 구청이 단속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주민이 차량을 막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큰 도로의 경우 주차단속용 폐쇄회로TV가 있고 기동순찰반이 수시로 단속을 벌이지만 차량이 워낙 많이 몰리기 때문에 단속으로 빈자리가 된 곳에 금세 다른 차가 주차를 하는 등 불법주정차를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예견된 교통 혼잡

2006년 12월 대구시는 '대형마트의 지역기여도 향상 및 신규진입 억제 추진계획'을 세워 4차순환선 안에는 대형마트 진입을 막았고, 2007년 7월에는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대형마트가 준주거지역에 들어올 수 없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롯데마트가 입점한 롯데쇼핑프라자는 대구시의 진입 제한 규정을 보기 좋게 따돌렸다. 동구 율하동 율하택지지구 내 롯데쇼핑프라자 부지는 용도가 상업지역인 데다 4차순환선인 범안로 바로 외곽에 위치해 있어서 대형마트의 도심 속 신규 진입을 막으려 했던 대구시의 방침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고속도로 나들목, 도시철도역 등이 있기에 사실상 도심인 현재 부지에 입점하게 된 것 자체가 교통 혼잡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

교통체증을 우려해 동구청은 교통영향평가 당시 진입도로에 3개 차로를 추가로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롯데 측은 이를 거부하고 계획된 연면적 8만5천㎡를 10만㎡로 넓힌 뒤 1개 차로만 확보한다는 교통영향평가와 함께 2008년 대구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롯데 측이 동구청의 교통영향평가 요청을 거부했던 일은 최근에 다시 반복됐다. 지난해 8월 롯데마트 건물의 롯데시네마는 6개 영화관이 있는 5층 창고 공간(158㎡)을 4D영화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동구청에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동구청은 교통영향평가 결과가 있어야지 용도변경을 승인해줄 수 있다고 했고, 이에 롯데시네마 측은 아예 자진해 용도변경신청을 취소해 버렸다.

롯데 측은 "입점 당시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주변 교통 여건을 충분히 고려했다"며 "작은 창고 공간을 영화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교통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였다"고 했다.

이재만 동구청장은 "교통 혼잡이 발생할 것이라고 수없이 당부했지만 허가 과정에서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며 "경찰과 구청은 평일은 물론 주말에 교통 단속을 벌이지만 그때뿐이고 계속해서 혼잡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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