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천막당사 '장외투쟁' 민주당의 고민

밖으로 나간 국정원 사태…다시 '촛불' 들까

민주당이 '촛불집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민이 찾기 어려운 국회 안에서보다, 많은 시민이 운집하는 현장 속에서 '적극적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 참여자의 구호, 피켓, 환호성과 한숨은 그 옆을 지나가는 일반 시민의 참여를 불러온다. 공권력의 견제가 시작되기라도 하면 동정과 측은함까지 일어 대규모로 확산한다. 우리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이를 목격했다. 일부는 문화적 시위라며 '촛불문화제'라고도 한다.

◆촛불집회는 언제부터

한국 사회에서 촛불집회가 공식(?) 등장한 것은 벌써 20여 년 전이다. 1992년,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한 인터넷 서비스망 하이텔 유료화 반대 운동이 발단이다. 한국통신이 인수한 PC통신 케텔을 하이텔로 바꾸면서 네티즌으로부터 돈을 받으려 했는데 어느 사용자가 항의집회를 하자고 했다. 그때 등장한 것이 촛불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2년 6월 13일,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지방도로에서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이 주한미군의 장갑차량에 깔려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는 두 여중생 추모를 위해 촛불시위를 제안했고, 그해 11월 경복궁 광화문 앞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후 미군 법정이 사고 장갑차 운전병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자 곧 반미(反美) 시위로 번지게 됐다.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에서 촛불이 재등장했다. 그해 3월 20일 '100만인 탄핵무효 촛불집회'는 전국 각지에서 시민이 몰려들었다. 전국 각 지역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당시 외신도 '한국의 촛불'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세계적 주목을 이끌기도 했다.

◆촛불집회의 절정은 광우병 파동

이명박정부에서 첫 임기 1년은 '잃어버린 시간'이다. 광우병 파동에 따른 촛불집회가 이슈의 블랙홀이 돼 국정동력에 시동조차 걸지 못했다. 2008년 5월 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는 촛불문화제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으로 열렸다. 서울, 부산, 대구 할 것 없이 도심 중심가에서는 매일 촛불이 나왔다. 유모차 부대, 초'중'고교생, 대학생, 직장인 할 것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이 전경차를 서울 시내에 쭉 세워 '명박산성'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것이 이 촛불집회다. 비폭력적 집회에 살수차가 물을 뿌려 국민적 반감을 불러왔고, 이 대통령은 직접 대국민사과에 나서야 했다. 촛불집회가 대통령을 브라운관 앞으로 불러오면서 정치권에선 '촛불' 앞에서만큼은 고개를 숙이는 계기가 됐다.

◆촛불집회로 촉발되는 언론사 성향

'같은 나라에서 이렇게 다른 뉴스가 나올 수 있는가'

촛불집회를 보도하는데 언론사의 이념적 성향은 크게 작용해 왔다. 진보 진영 매체에서는 촛불을 자기 몸을 불살라 주위를 환히 비추는 '희생'의 이미지로, 보수진영 매체는 불을 지르겠다는 숨은 의도를 부각시키는 '도발'의 이미지로 프레임 한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경찰 등 공권력의 진압을 사진기사로 내보냈고,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은 시민의 저항을 주로 보도했다는 것이 많은 학술기사와 논문으로 증명된 바 있다.

촛불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희생, 결집, 꿈, 기원, 평화라는 이미지도 있지만, 폭력, 무법, 난장판, 평화를 가장한 시위 등으로도 비유된다.

◆국정원 정치개입, 촛불집회의 주제로 적합한가

민주당이 촛불집회에 적극적이지 못한 데에는 과연 국정원 사태가 촛불집회를 불러올 사안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효순, 미선 양의 죽음, 대통령의 탄핵, 광우병 사태 등과 달리 국정원 정치 및 선거 개입 사건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란 지적이 있다. 정치권과 언론, 국정원과 경찰, 검찰 등 정보'안보'사정기관 외에는 국민적 관심이 적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번 국정원 촛불집회가 자칫 대선결과 불복 쪽으로 방향성을 나타낼 때는 민주당의 적극적 반대세력이 결집하는 결과도 나올 수 있다. 장외투쟁은 소수당이 거대 당을 상대로 한 마지막 카드이지만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면 그 이상의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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