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7인회와 원로원

로마제국은 황제 중심의 왕정이었으나, 일인 독재를 견제하는 여러 장치로 당시 여러 주변 국가와 차별되는 이상적인 국가로 평가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원로원(元老院)이다. 원로원은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가 왕이 되는 데 협조한 100명의 씨족장 모임에서 출발했다고 알려졌다. 로마의 권력이 귀족, 공화정, 황제로 이동하면서 부침을 계속했지만, 원로원은 로마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존속했다. 원로원을 뜻하는 라틴어 세나투스(senatus)는 미국이나 영국 등의 상원(上院'Senate)으로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

로마가 팽창하면서 원로원 의원 숫자도 늘었다. 공화정 때는 300명이었다가 카이사르 때는 900명까지 늘면서 귀족 중심에서 평민도 참여할 수 있었다. 초창기의 원로원은 왕의 자문기관 역할이었다. 그러나 로마를 지탱하는 유력 가문의 대표들로 구성돼 원로원의 입김은 강했고, 세습이 아닌 선거로 왕을 뽑은 초기 왕정에서 원로원의 역할은 절대적 권위였다. 이 때문에 세나투스 콘술툼(Senatus Consultum)이라 불리는 '원로원의 결의'는 법적인 효력은 없어도 법과 다름없는 권위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을 전격 개편하면서 막후 지지 세력인 원로 그룹 '7인회'가 관심이다. 최고령인 81세의 김용환 전 의원을 비롯해 김용갑 최병렬 전 의원, 안병훈 기파랑 대표,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 강창희 국회의장 등으로 평균 연령이 70대 중반이다. 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의 인연으로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선대위원장 등 중요 역할을 맡아 캠프 내외곽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이들은 오랫동안 정치와 언론계, 검찰 등 중요 위치에서 여러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해 5월, 당시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수구꼴통 7인회'라고 막말과 다름없는 표현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대해 원로로부터 조언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존재는 조언과 자문의 그림자 역할이어야 한다. 그러나 7인회는 정홍원 국무총리와 남재준 국정원장 인선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고,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을 계기로 국정 전면에 나설 기세다. 로마 원로원이 강했을 때는 황제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7인회가 벌써 그 원로원의 위치에 있지나 않은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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