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은 내친구] 말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2천만 원 이하 소액 민사 건 취지 구술하면 법원서 조서

대구지방법원 종합민원실에 게시된 소액사건 안내문 중 구술 소송 관련 내용.
대구지방법원 종합민원실에 게시된 소액사건 안내문 중 구술 소송 관련 내용.

"말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요?"

소송은 일반적으로 법원에 서면으로 된 소장을 제출해야 제기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민사 소액 사건의 경우 구술(口述), 즉 말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변호사, 법무사 등 법률전문가에게 비용을 들여 도움을 받아야 하는 소장제출주의의 절차상 복잡함을 피하고 비용도 줄여 국민의 사법 접근권을 높이기 위해 소액민사소송에 도입한 제도다.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르면 구술로 소송을 제기하길 원하는 경우 소액 민사(2천만원 이하) 사건에 한해 법원에 가서 서기관'사무관'법원주사 또는 주사보 등에게 소송 청구 취지와 원인을 말로 하면 된다. 그러면 법원 담당 직원이 원고 진술을 토대로 제소 조서를 대신 작성해 준다. 대구의 경우 대구지방법원 종합민원실의 구술 제소 접수창구로 가면 된다.

그러나 '구술에 의한 소 제기'를 집계하는 별도의 통계 항목이 없어 구술 소송 제기가 얼마나 많은지는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다만 이 제도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구술로 소송을 하는 경우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의 경우도 지난해 구술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가 10건 미만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처럼 1973년부터 시행돼 40년이나 된 구술 소송 이용 건수가 적은 이유는 이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거나 떼인 돈을 받고자 하는 원고들이 돈을 받아내기 위해 (서면)소장을 통한 소송 제기를 더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구고등법원 원호신 기획법관은 "말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에 대구고등법원 산하 모든 법원과 지원 등의 민원실 안내판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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