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사람을 만든다.' 유명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말이다. 나는 이 말에 적극 공감한다. 나의 경우에도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데 여행이 참으로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여를 했느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할 방법은 없지만 많이 보고, 다양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충분히 느끼고, 또 낯선 곳에서 고생도 하면서 나름대로 생각의 외연이 넓어지고, 서로의 차이를 깨닫고 존중하게 되었으며, 여행을 통해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를 깨달으면서 '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관광을 전공하고 남들보다 여행을 좀 더 많이 다녔다는 이유로 주위에서 종종 여행에 관한 조언을 부탁받을 때가 있다. 훌륭한 여행의 정해진 방법은 없다. 여행의 종류와 방법, 목적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머릿수만큼 다양하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하고 싶은 대로 여행하면 된다.
여행이 익숙지 않고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 많이 둘러보기 위해서는 '왔노라, 보았노라, (사진) 찍었노라'로 대변되는 가이드 투어가 최선일 것이며, 그저 현실을 떠나 일탈을 경험하고 싶다면 혼자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그런 곳으로의 여행이 좋을 것이다. 또는 여행 목적지에 따라 최선인 여행 방법이 다를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여행 문화가 많이 발달한 선진국으로는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며. 현지 사정을 잘 알아야 하는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 등은 가이드의 도움을 받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다. 한때는 영어가 쓰이지 않는 지역으로의 여행을 두려워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독일어나 체코어를 전혀 모르면서 프라하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 가며 한적한 주거지에 위치한 한인 민박집을 찾아갔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고 동시에 여행은 '언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저 '느끼고 경험하는' 것임을 깨달은 기억이 있다.
사실 여행이라고 하는 게 TV의 1박 2일이나 다양한 여행 정보 프로그램처럼 항상 그렇게 마냥 신나는 건 아니다. 더 솔직하게는 따분할 때도 있고, 별 감흥이 없을 때도 있고, 여행에 들인 비용을 생각하면 본전 생각이 날 때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여행의 효과는 여행 경험을 통한 내면의 변화이며, 이러한 변화가 이후 내 삶에 미치는 영향임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 노년에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다녀온 지인의 어머님이 '세상이 이렇게 넓은 줄 진작 알았다면 나는 지금 결코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거네' 하시던 말씀이 생각이 난다.
나는 학생들에게도 가능한 한 많은 곳을 다니면서 여행을 하라고 얘기한다. 특히 대학생들에게는 꼭 한 번 배낭여행을 하라고 권유한다. 여건이 되면 유럽으로도 좋고, 그렇지 않으면 국내에서의 배낭여행도 좋다. 혼자서 그렇게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히고, 새로운 데서 헤매도 보고, 어떤 문제에 닥쳤을 때 스스로 해결하는 법도 익히면서 인간의 위대함도 느끼고 동시에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사소한 존재인지도 느끼길 바란다. 이러한 경험들이 사람을 성숙시키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길러준다고 믿어서다. 방학이 지나고 교정에서 다시 만난 학생들이 훌쩍 자라있다고 느껴질 때, 또는 그런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졸업 후 자신 있게 세계로 진출하는 학생들을 바라볼 때 나는 '여행의 효과'를 다시 한 번 확신하곤 한다.
여행. 언제 들어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 더 이상 젊어서는 돈이 없어 못 하고, 늙어서는 건강이 달려서 못 하는 게 여행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젊은이들에게는 내일의 내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이며, 이미 자리 잡은 중년들에게는 노년의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인생 여정을 여행에 비유하는 사람이 많다. 여행을 통해 다양한 인생 여정을 경험함으로써 내 삶을 더욱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나를 위한 여행을 계획하면서 무더위를 이겨보는 것은 어떨까?
김미경 대구가톨릭대 교수 호텔경영학과 mkagnes@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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