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상북도청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바로 '매점'이다. 정부 절전 대책에 따라 도청사 냉방 가동을 전면 중단했지만 이곳은 유일하게 에어컨을 켜놓고 있기 때문이다. 도청 공무원들에게 이곳은 사막의 오아시스나 매한가지. 더위를 피해 몰려드는 공무원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경북지방우정청에 근무하는 A(40) 씨는 어떻게 하면 출장 신청을 낼 수 있을까 고민이다. 냉방 가동을 전면 중단한 이후 찜통 같은 사무실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예전에는 사무실이 피서지라고 생각해 저녁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자동차 에어컨 바람이라도 쐴 수 있는 외근이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더위 탈출'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12일부터 공공기관 청사에 대한 정부 절전 대책에 따라 냉방 가동 전면 중단과 실내조명 차단 조치가 이어지면서 찜통 청사에서 무더위를 참아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참다못한 공무원들은 무더위를 피해 청사를 탈출하는 묘안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가장 손쉬운 더위 탈출법은 '외근'이다. 냉방 가동을 전면 중단한 12일 이후 대구시청 및 8개 구'군청에서는 외근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건축과, 도시관리과, 문화관광과 등 현장 행정이 많은 부서는 점심시간 이후 빈자리가 넘쳐난다. 날씨가 더워도 외근을 나가는 것이 찜통 같은 사무실에 있는 것보다 훨씬 능률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건축과 공무원 B(35) 씨는 "민원 해결을 위해 바깥에서 땀을 흘리는 것이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더위를 견디는 것보다 훨씬 보람된 일 아니냐"고 했다.
외근이 없는 부서의 경우 사무실 냉장고를 찾는다. 에어컨은 켤 수 없지만 냉장고는 예전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 얼음을 시간별로 먹는 것은 기본이고 비닐에 얼음을 넣어 쿨팩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쿨링방석을 갖고 와 출근하자마자 사무실 냉장고 냉동실에 1, 2시간 정도 넣어뒀다 빼서 쓰기도 한다.
컴퓨터 서버가 있는 전산실과 통신장비가 있는 통신실 역시 때아닌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각종 기기의 관리를 위해 일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에어컨 등 냉방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24℃를 유지하는데 요즘 전력난으로 설정온도를 28도로 높였다. 하지만 낮 기온이 36~37도라는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오아시스다. 단점은 소음이다. 서버 등 기기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오래 있기는 힘들다.
잠깐 더위를 피하는데 지친 공무원들은 아예 휴가를 내고 있다. 특히 15일 광복절 휴일을 맞아 16일 금요일 연가를 신청하는 공무원들이 봇물 터지듯 하고 있다. 이번 징검다리 연휴를 기회로 사무실을 벗어나 더위를 피하겠다는 것이다. 대구 서구청의 경우 전체 직원 639명 중 81명(13%)이 16일에 연가를 신청했다. 서구청 공무원 C(38) 씨는 "다음 주에 을지연습이 있어 연가를 쓰기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너무 더워 능률이 오르지 않아 잠깐이라도 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연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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