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이 정권따라 또 바뀌나"

자사고 성적순 선발 폐지…일반고 역량 강화도 학교따라 유불리 엇갈려

교육부가 13일 발표한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시안)을 두고 교육 현장의 비판 목소리가 높다. 지난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 자율형 공립고(이하 자공고) 등 고교 다양화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고교 평준화 방향으로 급선회하면서 '교육정책이 정권 따라 휘청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목고나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에는 손을 대지 않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평준화 지역 자사고 39개교(대구 4개교) 경우 현재 중2 학생들이 고교 입시를 치르는 2015학년도부터 입학 성적 제한을 폐지하고 선지원 후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또 전국 116개 자공고(대구 13개교)는 지정기간 5년이 지나면 일반고로 전환한다.

일반고에는 내년부터 4년간 교육과정 개선 지원비를 학교당 5천만원씩 지원된다. 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대해 필수 이수단위를 116단위에서 86단위로 축소하고 진로집중과정을 개설한다.

자사고는 고교 다양화를 주창한 이명박정부의 핵심적인 교육 정책 중 하나로, 일부에서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방안은 사실상 전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에 '사망 선고'를 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방안에 대해 유불리를 따지는 각 고교의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다만 일반고의 위상이 기대만큼 높아지지 않는 등 고교 서열화 현상을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광역 단위 모집 자사고인 대건고 이대희 교무부장은 "우리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갖춰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일반고의 역량이 떨어진 것이 자사고 때문이라면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와 비평준화 지역 자사고에도 선발권을 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수성구의 한 일반고 교사는 일반고들이 학교 실정에 따른 맞춤식 교육과정과 풍부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간과한 정책이라고 했다. 그는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만든 게 자공고인데 자공고 전환 이후 매년 2억여원씩 지원받았던 곳 가운데 특색있고 짜임새 있는 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영한 곳이 얼마나 되느냐"며 "2억원으로도 안 됐던 일을 5천만원을 투입해 성과를 내겠다는 게 우스울 뿐"이라고 했다.

자공고인 포산고 김호경 교장은 "우리는 이미 교육과정이 안정돼 있어 큰 타격이 없겠지만 다른 자공고 경우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크고 우수한 학생을 가려 받지 못하게 된 자사고들의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며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까 걱정된다"고 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사교육 시장에서 고교입시 대비 열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손을 대지 못한 특목고나 현대청운고, 전주 상산고, 민족사관고 등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자사고의 입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진학진로지원단 박재완 단장(혜화여고 교사)은 "자공고에 편중되던 예산이 일반고에 나뉜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정책 방향이 고교 다양화에서 평준화로 너무 급히 바뀌게 돼 학생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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