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 30분쯤 대구 중구 동인동 중구청 청사. 3층에 있는 안전행정과 사무실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릴 뿐 직원들의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실내온도는 34℃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무실 안은 내리쬐는 햇살과 전자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비닐하우스 내부에 들어선 듯했다. 건물의 북쪽을 제외하고 모든 면이 유리로 돼 있는 중구청 청사에서 유일한 환기 방법은 가로 1m, 세로 약 10㎝의 창문을 여는 것이다. 이마저도 45도 각도로만 열려 바람이 들어오는지 느끼기 힘들었다. 이곳의 한 직원은 "전날 오후부터 공공기관 냉방기 사용이 전면 금지돼 선풍기만으로는 더위를 이기기에 역부족"이라고 했다.
건물 벽 전체가 유리인 이른바 '통유리 청사'가 공무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절전을 위해 냉방기 가동을 중하면서 통유리 청사가 대형 온실로 변했기 때문이다.
통유리 청사는 2006년을 전후해 공공기관 사이에서 유행을 탔다. 도시 미관 개선과 공공기관 이미지 쇄신이 이유였다. 하지만 통유리 청사는 직사광선이 그대로 건물 내부로 들어오기 때문에 건물 내 온도가 쉽게 올라가는 단점이 있다. 단열 기능이 있는 유리나 열 차단 선팅 등으로 들어오는 열을 막아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통유리 청사인 대구 수성구 수성동 대구시교육청도 사정은 비슷했다. 특히 단열 기능이 있는 유리로 준공된 청사임에도 콘크리트 청사에 비해 실내온도가 2.5도가량 높았다. 이날 오후 3시쯤 통유리 청사에 있는 한 사무실의 실내온도는 36도.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일반 콘크리트 건물인 본관의 실내온도는 33.5도였다. 이곳 시설담당자는 "본관 건물은 창문도 넓고 사무실 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맞은편 사무실에서 맞바람이 불기 때문에 통유리 청사에 비해 시원한 편"이라며 "아무리 단열 효과가 좋은 유리를 써도 통유리 청사는 냉방기 없이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통유리 청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그래서 냉방기 사용을 억제하고 있는 정부 시책이 답답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자구책으로 외근을 자청하고 있었고 간부들도 직원들의 연가 사용을 장려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1시쯤 찾아간 경북지방우정청의 한 사무실은 직원의 절반가량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이곳 관계자에게 물으니 점심시간 이후 외근을 나가는 직원들이 늘어난 게 사실이라고 했다. 고객 민원 처리를 위해 직접 고객들을 만나러 나간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찜통 사무실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직원은 "예전에는 사무실이 제일 시원해서 사무실로 피서온다는 말을 했었는데 지금은 절대 그런 말을 할 수 없다"며 "더위에 고통스러워도 모두 다 같이 견디고 있는데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것이 뻔해 불평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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