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리 부실한 신암선열공원, 후손들 "묘소 옮기고 싶다"

잔디 없는 봉분, 무너져도 사비로 보수

대구 동구 신암선열공원의 묘역들이 장기간 정비되지 않아 유족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봉분 뒤편이 허물어진 애국지사 송두환 의사의 묘.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동구 신암선열공원의 묘역들이 장기간 정비되지 않아 유족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봉분 뒤편이 허물어진 애국지사 송두환 의사의 묘.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송정희(56'여) 씨는 최근 대구 동구 신암동 신암선열공원에 있는 할아버지의 묘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묘의 봉분 뒤편이 허물어져 보수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송 씨를 더욱 놀라게 한 건 다른 묘소도 사정이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송 씨는 관리사무소에 사정을 물었다가 다시 한 번 놀랐다. 유족들이 사비를 털어 봉분을 보수해왔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송 씨는 "대구시가 전국 유일의 애국선열 공원을 조성해놓고 이렇게 관리를 부실하게 할 줄은 몰랐다. 다른 곳에 있던 묘를 옮겨오기까지 했는데 이렇게 방치된다면 다시 옮겨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외국에 나가 사는 유족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유족에게 보수를 맡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대구 출신 애국선열들이 안장된 신암선열공원의 묘역 관리가 부실하다. 잔디 부족으로 봉분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잔디 비율이 낮아 제초제를 뿌릴 수도 없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유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환경 정비를 시행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고위 관계자들이 움직이는 동선(動線)을 중심으로 환경을 정비한 탓이다.

면적 3만6천800㎡ 규모의 국내 유일 애국지사 묘지공원인 신암선열공원은 1987년 3월 1일 준공돼 현재 51위의 애국선열이 안장돼 있다. 그러나 잔디가 없다시피 한 민둥묘는 큰 비가 오면 쓸려 내려갈 정도로 허술했다. 묘역 주변 풀밭은 다년생 잡초 육묘장을 방불케 했다. 이곳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공원 묘역 주변 잔디 비율은 10%에 불과해 제초제를 뿌릴 수도 없는 지경인 셈이다.

때문에 광복회 대구지부와 유족들은 신암선열공원 정비의 우선순위는 봉분과 잔디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2011년 광복회 대구지부와 유족들의 논의를 통해 신암선열공원의 환경정비 개선에 대한 의견을 대구시에 전달한 바 있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묘역에 있는 잡초와 잡풀이 많은 현실과 봉분 상태가 좋지 않아 잔디가 잘 자랄 수 없는 여건임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2011년 5억원의 예산을 들여 정문 조형물을 세우고 중앙광장 보도블록을 바꿨다. 위패를 모셔놓은 단충사 도색과 주변 정비도 겸했다. 광복회가 우선순위로 제시한 것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대구시장 등 고위 관계자들이 신암선열공원을 찾을 때 둘러보는 동선이었다. 유족들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도심 산성화로 잔디가 잘 못 자라는 환경이어서 잔디 상태가 좋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신암선열공원에 대해서는 3년마다 계획을 세워 정비에 나선다. 올해 예산 반영 시 광복회와 유족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보수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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