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키우는 상담뜨락] 중독적 행동과 심리적 문제

부부 갈등의 이유로 배우자의 경제관념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 아내의 쇼핑중독이나 남편의 무절제한 투자 결과로 과하게 빚지는 행동 등이 심각한 부부의 갈등원인이 되는 것이다. 특히, 한 푼이라도 아끼고 저축하여 내실 있는 가정경제를 키워가려고 하는 알뜰한 배우자가 있다면 그 반대로 상대 배우자는 돈을 펑펑 써 버린다거나 이모저모 급하게 돈을 불리려다가 빚만 덩그렇게 지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배우자가 결혼생활에서 이러한 무절제한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한다면 한쪽의 안타까움이나 절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급기야 이런 부부들은 갈수록 더 심해지는 상대 배우자의 빚 중독에 지쳐 결국은 이혼이란 헤어짐도 심각하게 고려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듀크의과 대학의 연구팀들이 'Pediatric Psychology'지에 밝힌 연구결과를 빌리면, 어린 시절 무책임하고 성의없는 부모와 함께 가난하고 궁핍함을 경험하고 살아온 아이들은 안정된 가정 속에 자란 아이들보다 물질욕구나 정서적 욕구를 지연시키는 능력이 현저하게 낮음을 시사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기 제어력을 훼손시켜 다양한 중독에 침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빚 중독적 행동을 보이는 배우자의 이면에는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과시욕이 있다든지, 자존감이 취약하다든지, 지나친 의존도가 발달되어 있다든지 등의 심리적 문제가 숨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보통 사람들은 빚 뒤엔 보이지 않는 채무상환에 대한 압력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부담스러워하여 빚을 무서워하고, 빚을 혐오하기까지 해서 될 수 있으면 빚만큼은 지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빚 중독자들은 빚이 있기 때문에 살 만하다고 여기고 빚을 낼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에 위로와 여유마저 얻는다. 그 뒤에 오는 책임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면하지 않고 회피함으로써 현실적 불안을 상쇄시켜 버린다. 그것은 이른바, 마치 카지노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대신 신용카드 내지는 칩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편리함에 중독되는 것과 같다.

약 4천 년 전인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도 빚 담보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성벽을 쌓던 노예 3분의 2가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였다고 한다. 빚은 오로지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해야지, 소유권에 대한 착시현상으로 가상적 도구로 사용하기엔 위험이 너무 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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