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른아홉인 나는 아직 미혼이라 아버지께 불효하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 늘 죄스러웠다. 하지만 내 나이가 마흔을 바라보는데 아직도 엄하기만 하신 아버지의 모습을 뵐 때면 조금은 너무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며칠 전, 맞선을 보러 간 자리에서 연애 경험이 없어 여성 앞에만 가면 부끄럼이 많아 말을 잘 하지 못하고 여성이 묻는 말에 대답하다 1시간 정도 만나고 헤어졌다.
다음 날, 아버지는 몹시 화난 음성으로 "아들아, 어제 선 본 여자 어떻터노. 자기 자식만 귀하나. 우리 아들도 얼마나 착하고 똑똑한 자식인데 어디다 대고. 자기 딸자식만 자식이라고."
후에 안 일이었지만 어제 만난 여자분이 나에게 대해서 언짢게 말을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화를 내시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놀랐다가 나중엔 아버지가 정말 나를 사랑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 술 담배를 하지 못하는 나에게 아버지께서 "아들아, 너 술 먹을 줄 알지. 그냥 오늘은 아버지 아들 이런 관계 말고 남자 대 남자로 편하게 술 한잔 하자꾸나" 하시면서 소주 한 잔을 따라주셨다.
그리고 "아들아, 이제까지 너에게 다그치고 무섭게 대한 건 너를 바르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이다. 왜 아버지도 너를 예뻐하고 좋아하지 않겠니. 세상이 갈수록 험하고 무서우니 이런 세상에서 혹여나 우리 아들이 이겨내지 못할까 하는 마음에서 너를 강하게 키우려고 그런 거란다" 하시면서 술을 드시는데 순간 왈칵 눈물이 났다.
40년 가까이 살면서 처음으로 아버지의 진심 어린 말씀과 아버지의 뜨거운 눈물을 보면서 나는 스스로 다짐을 했다. 맞다! 아버지 말씀이 맞다. 언제나 나 자신에게 당당하자. 언제나 자신감 있게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자. 무뚝뚝하지만 멋진 아버지, 감사합니다.
장영봉(대구 동구 효목2동)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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