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단 초년생들의 '4인 4색' 풋풋한 감성

갤러리 분도 '카코포니'

박초록 작
박초록 작 'Dynamic Korea!-등골브레이커'
장들 작
장들 작 '버나츠 홀'

갤러리 분도가 매년 한 차례씩 열고 있는 20대 작가 프로모션 전시 '카코포니'(Cacophony)가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이했다. '카코포니'(Cacophony) 전시에는 아직 자신의 미술세계에 대한 확고한 틀을 잡지는 못했으나 각자의 개성과 진정성,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19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올해 '카코포니 9'(Cacophony ⅸ)는 대구경북 지역 미술 대학을 갓 졸업한 초년 작가들의 전시로 권세진, 박초록, 안민, 장들 작가가 참여하며, 평면,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권세진의 작품 '박제된 시간'은 그가 몇 년간 살아오던 자취방에서 이사 나오던 날을 테마로 잡고 있다.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유년시절의 졸업앨범을 통해 자신의 옛 기억을 끄집어낸다. 그러나 빛바랜 사진처럼 그 기억 역시 이미 빛바래고 뒤틀려 있다.

작가는 과거의 기록(사진)을 예술 작품으로 옮기면서 사진과 회화의 시각적 차이 혹은 공통점을 고민한다. 그는 사진의 이미지를 아교포수로 표면을 처리한 장지 위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희미하고 불명료하게 재현한다. 흐린 듯, 흔들리는 듯, 스쳐지나 간 듯이 표현하는 과정을 통하여 시간성을 담아내는 것이다.

박초록의 사진 작업 'Dynamic Korea'는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의 패션을 꼬집는다. 세대별로 비슷한 의상, 비슷한 액세서리 등 세대 간 식별이 가능한 미적 취향이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 강하게 존재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작업이다.

작가는 여러 방법을 통해 모집한 여러 인물상을 하나의 군집체로 합친 인물사진을 완성한다. 예컨대 손자와 손녀의 유모차를 끄는 할머니들의 옷차림은 나름 부와 감각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고, 등산객들이 즐겨 입는 등산복 브랜드는 마치 교복처럼 획일화되어 있다.

안민의 작품 'Courtship'은 개별 존재 속에 깃든 이중성을 끄집어 낸 회화 작업이다. 평소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이 술에 취하면 정반대로 달라지는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에 대한 궁금점을 탐색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마치 사람 속을 다 들여다보듯 투명한 PET 필름지 위에 물감을 짜서 속도감 있는 필치로 동물의 탈 가죽을 덮어쓴 인간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표현한다.

장들의 작품은 영상과 평면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면 속에서 연필로 그려진 어떤 사람이 걸어와서 몸의 가려운 부분을 긁는데, 그 몸 안에서 또 다른 자신이 나오고 내가 나를 잠식하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연결한 영상 작품 '일인실'이다. 그녀 스스로가 포착하지 못하는 정신적인 깊이를 파헤쳐 들어가는 작품이다.

카코포니(cacophony)는 현대 음악에서 의도적으로 배치되는 불협화음을 뜻한다. 갤러리 분도의 카코포니 기획은 신진 작가들의 개성 있는 작품들이 하나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서로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은유한다. 불협화음은 다듬어지지 않은 젊은 날의 패기를 표상하는 동시에 완벽한 화음으로 조화를 이룰 미래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19일 오후 6시 오프닝. 053)426-5615. 일요일 휴관.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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