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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재의 은퇴일기] 손자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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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모임에는 재미있는 벌금이 많습니다. 모임의 성격이나 구성원의 나이에 따라 벌금의 종류도 달라지지요. 강아지 자랑이나 자식자랑을 할 때 벌금을 물리면 50대 초반의 주부 모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 성적자랑에 벌금이 있다면 대략 40대 엄마들의 모임이지요. 남편 자랑 벌금은 십중팔구 30대 젊은 주부들이지요.

벌금 중 가장 비싼 벌금이 있습니다. 바로 손자자랑 벌금입니다. 젊은 할머니들이 서로 손자자랑을 해대니 시끄러워서 벌금을 물린 것인데, 웃돈을 주고서라도 하고 싶어 안달입니다. 돈 몇천 원에 떠는 주부들이 벌금으로 몇만 원을 내면서도 웃고 또 웃습니다.

손자사랑이지요. 휴대폰을 꺼내 손자 손녀 사진을 보여주며 예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손자바보'입니다. 자식 키울 때보다 더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하네요.

이 바람에 '손자 비즈니스'가 뜨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지갑을 노리는 사업이지요. 최근에는 손자의 생일에 맞춰 축하금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후에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카드와 함께 축하금이 나오는 보험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한 수 더 떱니다. 지난해는 '할머니 인형'까지 등장했습니다. 손자 손녀들과 함께 놀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할머니 역할을 할 수 있는 인형을 만들어 달라는 고객의 요청에 의해 생산하게 됐다고 합니다.

'손자의 날'도 있습니다. 일본 백화점협회는 아예 학교 운동회 시즌이 겹치는 매년 10월 셋째 주 일요일을 손자의 날로 정해놓고 다양한 할인 행사를 펼칩니다. 2011년에는 손자 육아정보뿐 아니라 손자를 위한 다양한 상품들을 소개하는 '손자의 힘'이라는 잡지도 생겨났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날이 머지않을 듯합니다. 맞벌이가구 중 절반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육아를 맡기고 있기 때문이지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조부모가 손주 육아를 맡고 있는 경우가 250만 가구에 이른다고 합니다.

'황혼 육아'입니다. 은퇴를 하고 난 후 편안하게 지내야 할 60~70대들이 손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이젠 좋은 부모 못지않게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야 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갈수록 첩첩산중입니다.

웃어야 할까요. 울어야 할까요.

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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