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한때 해외여행의 대명사였다. 1990년대 들어 해외여행이 본격화 되면서 다양한 경쟁 관광지의 등장으로 그 명성이 퇴색됐다.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쇼핑관광지 정도로만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저가항공의 등장과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쇼핑에만 목을 매지 않는다면 작은 도심에서 색다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쇼핑보다 더 즐거운 관광
친구들에게 홍콩에 다녀왔다고 자랑할 때 쇼핑 내역만 쭉 늘어놓는 사람은 홍콩 여행의 '하수'다. 제대로 된 계획만 짠다면 이곳저곳에서 특별한 추억과 경험을 만들 수 있다.
옹필 케이블카는 입체여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일본만화 '진격의 거인'에서 주인공들이 주로 사용하는 '입체기동'을 직접 해보는 느낌이다. '옹핑360'(옹핑은 지명, 360° 각도에서 경치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으로 불리는 케이블카는 란타우 섬에 있다. 란타우 섬은 홍콩섬의 약 2배에 달하는 홍콩 최대의 섬. 곳곳에 국립공원과 해변이 있어 현지인들의 주말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케이블카는 크리스털과 스탠다드로 나뉜다. 크리스털은 케이블카 대부분이 유리로 되어 있어 란타우 섬의 전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발밑으로 란타우 섬의 바다와 울창한 숲, 산 곳곳에 숨어 흐르는 멋진 계곡도 볼 수 있다.
해발 750m의 산을 케이블카로 25분 정도 가면 미니 테마파크인 옹핑 빌리지가 나온다. 또 세계 최대의 옥외 청동불상이 있는 뽀우린 사원을 만난다. 이 청동불상은 1993년에 완성된 세계 최대의 좌불로 제작 기간이 10년에 달하며 무게 202t, 높이 26m이다.
아이가 있는 가족 여행객이라면 꿈과 환상의 테마파크, '디즈니랜드'가 필수 코스다.
2005년 9월 개장한 놀이공원으로 이 역시 란타우 섬에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시작되는 메인 스트리트 USA를 시작으로 정글탐험코스로 모험과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어드벤처 랜드 (Adventure Land), 디즈니 동화의 나라 판타지 랜드(Fantasy Land), 공상과학과 우주탐험을 즐길 수 있는 투모로우 랜드(Tomorrow Land), 토이 스토리의 장난감 마을 토이 스토리 랜드(Toy Story Land), 19세기 말 서부의 모습을 재현한 그리즐리 걸치(Grizzly Gulch) 등 5개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5개 테마에서 즐기는 놀이기구도 신나지만 라이언킹 쇼와 골든미키 쇼는 그 자체만으로도 완성도와 작품성이 뛰어나 비싼 입장료(400홍콩달러)가 아깝지 않다. 판타지 랜드에서는 매일 밤 불꽃놀이가 홍콩의 밤하늘을 수놓는다.
홍콩에는 중심가에 공원들이 많이 있다. 홍콩섬에는 홍콩공원, 홍콩 동식물공원, 빅토리아공원 등이 있다. 까우롱(구룡)반도에는 까우롱공원이 대표적이다. 홍콩공원은 센트럴의 대표적인 초고층 빌딩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규모는 작지만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라 사람들로 북적인다. 홍콩 동식물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식물원 가운데 하나로 1871년 문을 열었다.
◆잠 못 드는 밤
홍콩은 역시 밤에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백만 불짜리 야경'이란 말이 괜히 붙여진 수식어가 아니다. 한 번 홍콩을 다녀온 후 홍콩을 잊지 못하고 '홍콩 앓이'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야경 때문이다. 매일 오후 8시가 되면 홍콩의 밤은 더욱 화려해진다. 까우롱 반도와 홍콩섬을 가로지르는 빅토리아 항을 무대로 화려한 레이저 쇼인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펼쳐진다. 이 지역에 위치한 고층 빌딩의 네온사인과 레이저 빔이 앞바다를 화려하게 물들이고 해변 산책로와 스타의 거리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나온다. 이 쇼가 14분 정도 이어지는 동안 스타의 거리에서, 스타페리 위에서, 또는 아쿠아루나 배 위에서 황홀한 홍콩의 밤을 즐기는 이들로 넘쳐난다.
빅토리아 피크는 빅토리아항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타이핑산(太平山)의 정상에 위치해 있으며 홍콩여행에 있어 빠져서는 안 될 필수코스다. 피크트램 역에서 트램을 타면 거의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채 언덕을 올라간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불과 7분 만에 빅토리아 피크에 도착한다. 빅토리아 피크 전망대에 서면 홍콩섬과 까우롱 반도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든 그곳 사람들의 생활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곳은 야시장이다. 홍콩 역시 까우롱 반도 몽콕과 야우마떼 지역의 야시장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인다. 몽콕의 야시장 여인가(Ladies' Market)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의류, 시계, 가방, 장난감 등 없는 것 빼고는 다 있으며 바가지를 씌우려는 상인들과 흥정하는 것 또한 또 다른 재미이다. 근처에는 전자제품 거리와 스포츠용품을 취급하는 스포츠 거리도 있다. 야우마떼의 템플거리 야시장도 여인가와 쌍벽을 이루는 전통시장이다.
홍콩과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밤이 되면 모이는 곳은 클럽 거리로 유명한 란콰이퐁이다. 홍콩 최고의 유흥가이며 밤이 되면 북적거리는 인파로 활기찬 모습으로 변한다. 소호는 동양적인 분위기보다는 서양적인 분위기로 가득 차있는 세련된 느낌의 거리다.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들과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가게들이 많다. 소호에는 바와 카페가 많아 란콰이퐁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달리 차분하게 즐길 수 있다.
◆100홍콩달러=우리 돈 1만5천원
홍콩 여행에서는 돈에 대한 개념이 필요하다. 100홍콩달러는 환율 변동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돈으로 1만5천원 정도다. 그러나 쇼핑과 군것질을 하다 보면 간혹 과소비를 할 경우도 있다.
손바닥만 한 홍콩이라고 얕보면 안 된다. 도보로 여행하다 보면 쉽게 지칠 수 있다.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는 만큼 이를 잘 이용하면 그 자체로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지하철을 타도되고 2층 버스, 택시, 페리를 탈 수 있다. 홍콩 섬에는 섬의 동서를 가르는 2층 트램도 도시를 가로지른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이때 옥토퍼스 카드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홍콩국제공항 입국 홀의 유인 매표소와 시내의 MTR 역에서 구입한다. 최소 판매금액은 150홍콩달러(보증금 50달러 포함)이다. 지하철과 버스, 페리 등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사용 후 카드를 반납하면 잔액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사용기간이 3개월 미만이면 수수료(9달러)가 공제된다. 그래도 여행기간 동안 할인받을 교통비와 편리함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
시티투어 버스를 타지 않고 일반 시내버스를 타는 것도 좋다. 대략 목적지 비슷한 곳에 내려 택시를 타더라도 저렴한 요금의 스타페리(Star Ferry)가 쉴새 없이 다니고 있다. 우리 돈 천 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50층 이상의 빌딩들이 즐비한 홍콩섬을 왔다갔다할 수 있다.
2층 버스도 홍콩의 명물이다. 2층 버스 맨 앞에 타면 직접 운전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운전사들의 폭풍(?) 운전에 앞차와 부딪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게 스릴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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