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고백의 힘

'고백!'

맘 가득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상황을 보고 눈치를 보다가 말고 어떻게 말할까? 어떻게 표현할까? 밤새 아니 몇 날 며칠을 준비하고 생각해 봤는데….

고백이라 하면 제일 먼저 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마련이다. 왜일까? 그만큼 우리들에게 사랑이란 것은 어렵고 함부로 하기에 힘들고 더더욱 가지고 싶고, 느끼고 싶기에 소중하다. 또 절대적으로 내 감정을 압도하면서도 그냥 담아둘 수밖에 없기에 용기를 내 표현해야 한다.

어떤 일이든 진정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진정으로 얘기할 수 없다면, 또 표현함으로써 서로 비참해질 것 같아 억지로 참는다면, 결국 고독하고 외로워질 것이다.

고독은 우리 인간의 본질인 줄 모른다. 삶의 무게를 누군가와 나눌 수 없는 상태이기에. 물론 우리는 고독하고 혼자 있을 때, 때론 성장하며 외로움을 이길 용기있는 정신을 가질 준비를 하기도 한다.

연극 공연을 하다 보면 내가 하는 일이 꼭 고백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백'수천 번을 뜨겁게 연습하면서, 지하 소극장에서 나와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동안 몇 번이나 되뇌던 이야기들을 관객과 나누면서….

나는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고백을 위해 살아간다. 공연 전에는 항상 두려움이 앞선다. 원래 고백이란 것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오히려 거칠게 부서지는 파도처럼 나를 진흙 바닥에 메다꽂거나 거꾸로 처박아버리거나 하는 일이 더 많은 잔인한 현실이다.

지금껏 해보고 싶었던 상상 속의 일들을 문득 떠올려 그려본다. 현실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것들. 무대 표현은 이 상상을 압축하여 펼쳐놓은 것인데, 속 시원히 고백할 수 있는 건가?

나는 이미 청년도 아니고 그 옛날 소녀 앞에 얼어붙은 소년은 더더욱 아니지만 마음만은 그대로 푸르러서 덜 익은 바보 같은 숫총각이다. 앞에 있을 결과가 무엇일지 두려워 차마 말도 못 꺼내보고 뒤에서 비겁하게 후회하고 싶지는 않은 바보 청년이다. 객기라고 비웃을지 몰라도 그저 나에게도 너에게도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파울로 코엘료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연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외피를 감싼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든 심이라는 거야. 그러니, 늘 네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렴!" 이라 했다.

마음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은 절대 고독의 시간이며, 이 시간 속에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을 고백해보자. 용기를 내어.

무대공연은 이 고백을 이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마음 상상 속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무대에서 고백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자가 되길 바라본다.

이홍기<극단 돼지 대표·ho88077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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