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호 못 보고 출발 '쾅' 선로 벗어나자 또 '쾅'

3중 추·충돌 순간 재구성

8월 31일 대구역에서 일어난 KTX열차와 무궁화호의 3중 추'충돌 사고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사고였다.

이날 오전 7시 14분쯤 대구 중구 태평로 대구역 1번 플랫폼에 서울행 무궁화 1204호가 승객 275명을 태운 채 대기 중이었다. 같은 시각 무궁화호 옆 철로로 KTX 4012호가 통과를 위해 진입하고 있었다. 출발 신호를 담당한 여객전무는 옆 철로에 KTX가 지나가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 채 KTX에 내려진 초록색 통과 신호를 무궁화호 출발 신호로 인지했다. 당시 무궁화호에 내려진 철도신호기의 신호는 정지를 나타내는 빨간색 신호였다.

여객전무의 신호를 본 기관사는 무궁화호를 출발시켰고 무궁화호는 서울 방향으로 100여m 지점을 달려 본선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던 중 미처 대구역을 빠져나가지 못한 KTX의 옆을 들이받아 버렸다. 이 때문에 KTX열차의 2~9호차와 무궁화호 기관차가 탈선했고, 무궁화호 기관차는 진행 방향에서 왼쪽으로, KTX는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버렸다. 이어 반대쪽 KTX 101호차가 사고 사실을 모른 채 대구역 통과를 위해 진입하던 중 기울어진 열차를 보고 황급히 정지했으나 관성으로 인해 결국 기울어진 KTX 4012호를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KTX가 도심을 통과하면서 저속으로 주행하고 있었고 무궁화호도 출발 직후라 속도가 낮아 더 큰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시 사고 기차들에 탑승한 승객들의 숫자는 모두 1천300여 명이나 돼 하마터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이 사고로 경부선은 하루종일 마비됐고, 열차를 이용하려던 승객들은 열차표를 환불하고 대체 교통수단을 찾아다니는 등 불편을 겪었다. 사고 현장이 수습되지 않아 김천~구미역~동대구역 구간에 열차가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이날 오전 서울에서 김천구미까지, 동대구에서 부산까지 KTX 열차를 따로 운행했고,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도 서울에서 왜관까지, 동대구에서 부산까지 따로 운행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사고 당시 무궁화호 열차에는 '정지' 신호, KTX 열차에는 '진행' 신호가 표시돼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무궁화호가 신호를 무시하고 출발한 이유가 사고 조사의 핵심이라고 코레일 측은 밝혔다. 하지만 대구역에서는 5년 전인, 지난 2008년 2월에도 같은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어 신호체계와 관제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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