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 경기에서 이기려면 득점이 많아야 한다. 아무리 전술과 경기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득점이 없다면 지거나 비기는 수밖에 없다. 가령 룰이 가장 복잡하다는 야구에서도 득점 공식은 단 두 가지뿐이다. 타자가 홈을 많이 밟거나 상대의 실수로 득점하는 방법이다. 오심이 승부를 가르는 사례도 있지만 제한적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는 하나 타격이 월등하면 제아무리 철완이나 철벽 수비라 해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공격력 못지않게 중요한 게 실수다. 에러는 경기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다. 작은 실수가 실점으로 연결되고 결국 승패를 가르게 된다. 사사구, 폭투, 보크 등도 에러의 여러 유형이다. 주루사와 같은 공격자 실수도 있다. 견제구에 걸리거나 베이스를 밟지 않는 '미싱 베이스'(Missing Base) 등은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본헤드(bonehead'얼간이) 플레이라고 하는데 공수 어느 쪽이든 이런 에러가 많다면 질 확률이 높다.
흔히 스포츠에서 실수는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한다. 실수를 하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언제든 있어서다. '경기는 끝나야 끝나는 것'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말도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 여러 번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특히 많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경우라면 실수는 치명적이다.
지난달 31일 발생한 대구역 추돌 사고는 철도 종사원들과 코레일이 합작한 전형적인 본헤드 플레이다. 여객전무는 신호등을 착각했고, 기관사는 관제실 확인 없이 열차를 출발시켰다. 관제실은 KTX 통과 여부를 무궁화호 기관사에게 알리지 않았고 4분의 여유가 있는데도 마주 오던 KTX에 사고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5년 전 비슷한 사고가 있었음에도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헷갈리는 신호등 체계를 방치했고 자동 제동 장치 도입 등 시스템 개선에 미적댔다.
뒤늦게 국토교통부가 코레일의 안전 관리 실태 전반에 대해 특별 점검한다고 3일 밝혔다. 그러나 계속 똑같은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영 미덥지 않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코레일 자료를 분석해 보니 최근 5년간 열차 운행 사고 20건 중 12건이 인적 과실이라는 사실은 무슨 의미인가. 로마의 시인 페트로니우스는 "우연이라 할지라도 원인은 있다"고 했다. 안전의 기본 공식을 지키지 않는다면 코레일의 본헤드 플레이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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