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는 농업도시 상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물이다. 20여 년간 포도의 최고 당도인 18브릭스(Brix)를 유지하며 연간 1천400억원의 농가소득을 안겨주는 효자 작물이기 때문이다. 상주 포도는 지난해 2천703농가가 1천881㏊에서 포도 3만7천t을 생산해 1천400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전국 생산량의 13.2%로 생산량은 전국 4위 규모지만 거래 가격이 높아 소득은 그 이상이다.
상주 포도는 추석을 앞둔 이달 6일부터 본격 출하되기 시작했다. 첫 출하된 포도는 상주 화동면의 '팔음산포도'로 5㎏들이 1만여 상자다. 이어 '모동명산포도' '모서꿀봉포도'와 '백화명산포도' 등 상주지역의 대표 포도들이 잇따라 도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상주 포도는 5㎏들이 1상자당 평균 2만~3만원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올해도 작황이 좋은데다 당도도 높아 상당한 소득이 기대된다.
◆달콤한 고랭지포도의 비밀
상주 포도는 2006년 고랭지포도 특구지역으로 선정된 상주 중화지역(모동'모서'화동'화서'화북면) 고랭지에서 주로 생산된다. 높은 당도와 깊은 향이 절정에 이를 때까지 충분히 완숙 생산하기 때문에 '늦둥이 포도'라 불리며 20여 년간 명품 대우를 받고 있다. '모동명산포도' '백화명산포도' '팔음산포도' '문장대포도' '모서꿀봉포도' 등이 상주를 대표하는 포도 브랜드다. 이곳 고랭지 포도는 해발 250~330m에서 생산되는 캠벨얼리 품종으로 모두 봉지를 씌우고 비가림 시설에서 재배한 친환경포도다. 모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품질인증을 받았다. 백화명산, 모동명산, 팔음산포도는 2000년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상주 포도는 진한 향과 달콤한 맛을 자랑한다. 주 생산 품종인 캠벨얼리의 평균 당도는 14브릭스 정도지만 상주에서 생산된 캠밸얼리는 18브릭스로 훨씬 달다. 상쾌한 단맛을 부여해 주는 과당(fructose) 함량도 국내 최고 수준인 39.7%에 달한다.
높은 당도의 비결은 완숙 상태로 늦게 수확하는 데 있다. 포도의 껍질은 완숙되지 않아도 검게 변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일찍 수확하면 포도의 향이 덜하다는 것. 지리적 이점도 있다. 상주 포도가 집중 생산되는 중화지역은 고랭지로 낮밤의 일교차가 20℃에 이른다. 일조량이 길면서도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낮에는 당을 만들기 적합하고 밤에는 호흡률이 낮아 당도가 높아진다. 알솎이를 잘하는 점도 비결이다. 포도가 골고루 잘 익으려면 알이 많으면 안 된다. 상주 포도는 포도 한 알이 5~6g, 한 송이는 70~75알에 400g을 철저하게 지킨다. 박상욱(45) 상주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는 "타 지역 포도는 안쪽에 붉은 빛을 띠는 포도알이 숨어 있곤 하는데 이는 골고루 익지 않았다는 표시"라며 "상주 포도는 그런 알들이 없다"고 자랑했다.
◆젊은 농업인과 수출로 승부수
포도에는 포도당과 과당, 주석산, 사과산 등 유기산이 풍부하다. 이는 피로회복과 소화촉진에 좋고 공복을 달래며 이뇨작용을 돕는다. 포도 껍질에 함유된 펙틴과 타닌은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장운동을 촉진해 몸 안에서 해독작용을 한다. 포도를 매일 먹을 경우 혈중콜레스테롤 수치가 최대 19%까지 내려가는 등 심장병 예방 효과도 있다.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포도의 '레스베라트롤'이라는 성분은 항암작용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상주 포도에도 약점은 있다. 상주 포도 품종의 95%는 생과용으로 적합한 캠벨얼리인 탓에 가공제품 개발이 쉽지 않다. 포도즙은 적합하지만 포도주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 관리도 쉽지 않다. 완숙을 위해 열매를 나무에 오래 남겨두기 때문에 당도는 높은 반면, 나무는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 고소득 작물인 거봉의 비중도 3%에 불과하다. 상주농업기술센터는 캠벨얼리의 대체품종으로 거봉을 보급했지만 겨울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모두 얼어 죽었다.
농가들이 해외 판로 개척에 소극적인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내 판매 가격이 수출가보다 훨씬 높은데다 저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상주농협은 지난해부터 포도 수출을 시작했다. 내수용보다 가격은 낮지만 유통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서상주농협은 지난해 '상주 포도' 브랜드로 미국'홍콩'인도네시아에 포도 20t을 수출했다. 올해는 이달부터 11월까지 포도 500t을 수출할 계획이다.
상주시는 포도 농가들이 대부분 고령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젊은 농업인들의 육성에 나섰다. 또 20여 개 작목반별 브랜드를 통합한 공동 브랜드 개발과 포도를 소재로 한 농촌체험 관광 상품 개발에도 착수했다.
상주'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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