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사상 오를 채소·과일 값 껑충 "명절 장보기 겁나요"

작황 부진에 수확철 안돼…원산지 속인 농산물 불신

'배추 한 포기 6천600원'. 기나긴 장마와 폭염 여파로 배추 값이 3배 이상 급등한 10일 오후 농협 하나로클럽 성서점에서 장 보러 나온 주부들이 가격표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두 달 전 1천980원에 구입할 수 있던 배추가 지금은 6천600원으로 올랐고 계속 오를 전망이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0일 오후 2시쯤 대구 동구 효목동 동구시장. 주부 이금희(50'여) 씨가 과일가게에서 사과를 고르고 있었다. 15㎏ 한 상자에 6만원이라고 적혀 있었고 이 씨는 가져온 수첩에 가격을 옮겨 적었다. 이 씨는 명절 때면 이곳에서 장을 본 뒤 의성 사곡면에 있는 시댁으로 가져가 추석 차례상을 차린다. 이 씨가 명절 때마다 지출하는 차례상 비용은 30만원 안팎으로 올해는 차례용품 구입량을 줄일 계획이다. 채소와 나물, 과일 등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 씨는 "과일과 건어물 등 물품을 종류별로 적어와 가격을 파악한 뒤 예산 안에서 필요한 양만큼만 구입할 계획"이라며 "추석이 다가올수록 가격이 더 오를까 걱정돼 부피가 작고 빨리 상하지 않는 농산물 위주로 미리미리 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추석 상을 차려야 하는 주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작황이 좋지 않아 물량이 달리는 채소와 나물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고,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농산물과 일본 방사능 오염의 영향을 받는 수산물 등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채소인 배추와 무는 가격이 상승해 추석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이 3천~7천원이나 하고 무 한 뿌리도 1천500원가량 하던 것이 최근 2천500원까지 올라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황영화(35'여'대구 동구 방촌동) 씨는 "배추와 무는 여러 음식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재료이기 때문에 비싸다고 사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긴 연휴 동안 많은 가족들이 모이는 것을 감안해 넉넉한 양을 장만하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고사리와 도라지, 시금치 등 나물 값도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올라 주부들이 지갑 열기를 망설이고 있다.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은 손영애(42'여'달서구 송현동) 씨는 "고사리와 도라지는 200g 가격이 지난해만 해도 4천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5천원을 넘어섰고 시금치는 1단에 이전 가격의 2배가 넘는 4천원대에 팔리고 있다"며 "차례상에 꼭 필요한 나물 값이 명절만 되면 평소보다 올라 부담이 되기 때문에 올 추석엔 가족들이 잘 먹지 않아 남기는 도라지 같은 나물은 조금 적게 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차례상에 오르는 과일 가운데 아직 본격적인 수확철이 아니어서 물량이 달리는 햇사과도 가격이 상승했다. 사과는 5~8개가 든 한 봉지가 10% 오른 9천~1만원 선이고, 15㎏ 한 상자는 평소 6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14~20% 정도 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원산지 거짓 표시와 일본 방사능 오염수 누출 사태로 인한 농수산물 불신도 추석 장보기의 또 다른 고민이다. 김은진(33'여'대구시 수성구 신매동) 씨는 "조기와 동태전 재료, 황태포 등 수산물을 구입할 때 방사능에 오염된 바다에서 잡힌 것은 아닌지 신경 쓰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더불어 중국산 고사리와 우엉을 국내산인 것처럼 속여 온 농산물 유통업자가 잡혔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농산물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권학기 대구시 농산유통과장은 "산지에서 확보한 농산물 물량을 도매시장을 통해 대구로 최대한 많이 끌어와 공급을 늘리는 한편 직거래 장터와 전통시장 할인행사를 열어 판매가격이 오르는 것을 억제하고 있다"며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 대형유통업체와 전통시장, 식육점, 중'소형마트 등을 대상으로 합동단속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