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을 활용한 한옥체험사업이 마구잡이 지정과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으로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시설 개선과 프로그램 마련 등에 200억원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됐지만 사후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 경우 한옥체험관광객 수가 턱없이 많아 이용객 부풀리기 의혹까지 일고 있다.
◆파리만 날리는 고택체험=경북 지역에 고택을 활용한 한옥체험업소는 209곳에 이른다. 안동시가 86곳으로 가장 많고 경주 40곳, 고령 17곳, 영주'청송 12곳 등이다. 경북도는 2004년부터 고택 163곳을 숙박시설로 개'보수하고 한옥체험프로그램과 명품화 사업 등으로 198억4천500만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지정만 됐을 뿐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고택이 적지 않다. 안동시에 따르면 안동 지역 한옥체험 고택 중 10곳이 휴업 중이고, 2곳은 최근 폐업 신청을 했다. 체험 객이 없어 운영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안동시 관계자는 "경북지역 한옥체험업 사업 추진 첫해인 2010년 고택 수십 곳이 한꺼번에 신청해 시설 및 운영 능력을 갖췄는지 현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해마다 늘고 있는 전통한옥 숙박체험 관광객 수에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고택 운영자와 시'군 담당자의 판단에만 의존할 정도로 주먹구구식이어서 부풀리기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주 지역의 경우 고택 게스트하우스 한 곳에만 연간 1만1천694명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경주 지역 전체 고택숙박체험 관광객 수의 절반에 이른다. 경주시 관계자는 "집계 과정에서 숙박객뿐만 아니라 단순 관광객 수도 포함한 것 같다"면서도 "정확하게 몇 명이 찾았는지는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체험 없는 한옥체험=체험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고택도 상당수다. 현재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경북지역 한옥체험업소는 209곳 중 89곳(42.5%)에 불과하다. 대부분 다도나 전통 예절 등이고 해당 고택의 특색과 연계한 체험프로그램은 서당의 하루'성학십도(열화재'안동), 논어'사자소학(한국선비문화수련원'영주), 머슴'갓난이 체험(소우당'의성), 국궁 체험(오헌고택'영주)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경북도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한옥체험업소의 체험프로그램 운영에 20억8천600만 원을 지원했다. 군자마을 운영자 김방식(58) 씨는 "체험프로그램인 고택음악회에서 경기민요나 전라도의 전통 소리인 춘향가 등 우리 지역과 관련 없는 공연을 하기도 한다"며 "해당 고택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을 개발해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주의 한 한옥체험업소를 이용한 김옥분(50'여'경기 일산시) 씨는 "해당 고택과 지역만의 문화요소를 체험할 수 없다면 교통이 불편하고 시설이 열악한 고택을 굳이 찾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2016년까지 200억원을 투입해 전통한옥 시설을 개선하고 음식디미방(종가음식), 도산 별시 재현, 퇴계의 도인 체조법 등 고택과 지역 특색을 반영한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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