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키우는 상담뜨락] 어른들 마음속 '내면의 아이'

해마다 명절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장장 10시간이 넘는 기나긴 교통체증의 불편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이 인내심을 발휘하여 고향을 찾아가고야 만다.

고향은 조상대대로의 태를 묻고, 부모의 존재와 나의 뿌리가 곱게 심겨져 있는 그립고 그리운 동화와도 같은 정신적 세계여서일까. 어쩌면 그곳엔 나의 유년기의 작고 큰 파편화된 경험의 조각들이 낱낱이 살아 숨 쉬고 그 속에서 꿈꾸던 오늘의 내가 담겨 있는 유일한 애착의 공간이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말이다. 참 이상한 것은 그 기쁜 추석이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살짝 뜨거워지는 가을볕이라도 느낄 때쯤, 명절 스트레스로 인하여 불목하고 아예 인연을 분리하려는 부부들이 필자의 상담뜨락을 분주하게 찾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추석 전 어느 날, 한 TV 방송사와 라디오 방송에서 필자를 찾아와 촬영과 인터뷰를 해 간 적이 있었다. 인터뷰 내용은 바로 '왜 명절 때 부부갈등이 더 고조되는가'에 대한 원인분석과 대처방안이었다.

필자는 부부들이 추석을 맞은 후 기쁨의 열매보다는 스트레스와 분노의 열매만 가지고 오는 이유를 상담학적 견해에서 먼저 설명했다.

첫째는 고향집에 가는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어른 모습과는 다르게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가기 때문이라고. 그 아이는 '그때, 거기서, 서운했던 기억'들을 '지금, 여기서도 채워지지 않은 현실'을 보고 '인지적 오류'를 일으킨다. '여전히 나는 자랄 때처럼 사랑받고 각광받고 있지 못하다'는 오류 말이다. 그래서 실망하고 억울한 '어린 내면의 아이'는 울음소리 대신 가족들에게 불평을 쏟고, 위화감을 조성하며, 상대 마음에 흠집을 내고 미성숙한 생각들로 가족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이쯤 되면, 추석 전후에 할 일은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어린 내면의 아이'부터 달래는 '깊이 있는 자기와의 만남'을 먼저 이루는 것이 필요하리라.

둘째는 뭐니 뭐니 해도 수고하는 아내를 향한 남편의 든든하고 덕이 넘치는 '풍성한 보름달 같은 대화'임을 전했다.

방송에서 이 말이 전파될 때쯤, 세상의 부부들뿐만 아니라 필자의 배우자도 필자와 함께 관조적인 입장에서 살짝 듣기를 바라던 숨은 마음이 기억난다. 그만큼 많은 이들에겐 추석을 잘 보내기란 쉬운 일은 아닐는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