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공군 황인헌 원사, 교통사고 목격 응급처치로 생명 구해

한 공군 부사관이 교통사고로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한 사실이 공군 홈페이지 미담을 통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대구 공군제1방공포병여단 소속 황인헌 원사(44'사진).

황 원사는 올 7월 10일 오후 3시쯤 차를 몰고 월드컵대로를 따라 경산 방향으로 가던 중 바로 앞 코란도 승용차가 중앙분리대에 있는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목격했다. 사고 직후 엔진 굉음이 요란하고 차량 앞쪽에서 연기가 치솟는 것을 본 황 원사는 자신의 차량을 비상 정차하고 뒤따라오는 차량에 의한 후속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트렁크를 연 뒤 사고 차량으로 뛰어갔다.

차량 문을 열어보니 운전자는 사고 당시 충격으로 가슴을 움켜쥔 채 보조석 쪽으로 쓰러져 있었다. 엔진 굉음은 멈추지 않았고 차량 앞쪽에는 미세한 불꽃이 튀고 있었다. 차량 폭발을 우려해 황 원사는 재빨리 시동을 끄고, 온 힘을 다해 운전자를 차에서 빼내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황 원사는 119에 구조요청을 한 뒤 평소 응급처치 훈련을 통해 배운 대로 먼저 운전자의 의식부터 파악했다. 다행히 운전자는 희미하게나마 의식이 있는 상태였고, 황 원사는 계속 말을 걸었다. 대화를 통해 운전자의 상태와 평소 지병에 대해 알게 된 황 원사는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을 파악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에게 이를 전달해 환자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운전자는 사고 당시 충격으로 심장 동맥이 파열돼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신속한 현장 대처와 이송에 따른 응급수술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황 원사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새롭게 생명을 얻은 운전자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119구조대에 문의, 황 원사를 찾으려 했지만 119의 전화를 받은 황 원사는 '건강을 되찾았으니 다행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 말하며 신원을 알리지 않았다.

이에 더욱 감동한 운전자는 도움을 준 사람이 공군제1방공포병여단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직접 부대로 찾아갔지만 '쌍둥이 아빠'라는 사실 외엔 아는 정보가 없어 결국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다른 방법을 모색하던 운전자는 급기야 지난 주말, 공군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에 글을 올렸고, 이를 통해 비로소 황 원사의 미담이 알려지게 됐다.

이에 대해 황 원사는 "군인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전쟁에 임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야 하는데, 이런 군인정신은 어떤 논리적 사고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작용에 따른 반작용과 같이 당연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군인에게 있어 위험에 처한 국민을 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행동으로 그 상황에서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은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당연한 반사적인 행동일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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