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전 한의원에서는 침'뜸'부항치료보다 한약이 주된 치료법이었다. 용한 한의원에서 약을 지으려면 몇 시간씩 기다려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받았다. 대부분 6첩(3일분), 10첩(5일분) 한약을 지었고 가정에서 약탕기로 달여 먹었다. 약 달이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한약이란 몸에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 레토르트 파우치를 이용한 한약 포장법이 개발됐다. 따로 달이는 불편함 없이 한의원에서 미리 달여서 파우치에 담은 한약을 간편하게 복용하게 됐다. 복용의 편리함과 더불어 때마침 드라마 '허준'과 같은 한의 콘텐츠가 붐을 이루며 한약을 이용하는 환자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개원가는 이른바 호황을 누리게 됐다.
한의원의 매출은 늘었지만 치료 목적의 한약 처방보다는 돈 되는 보약 처방에 역량이 집중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근거 없는 한약 폄훼 뉴스가 보도되면서 큰 인식 변화를 가져왔다. '한약은 보약이고 몸에 좋다는 관념'에 상처를 입으면서 보약시장이 크게 위축이 됐고, 당시 태동을 시작한 건강기능식품에 환자를 빼앗겼다.
2000년 초반부터 더 이상 보약만으로 한의원을 경영하기 어렵다는 위기가 생겼고 다시 치료 중심의 한약이나 침, 뜸, 부항치료로 개원가 경영난을 돌파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보약으로 쉽게 매출을 올리던 달콤한 추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0년 이후 실력만이 개원가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초기 비용투자가 많은 개원 방법을 지양하고 학회 중심의 개원이나 충분한 임상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식 한의원 개원이 대세가 되고 있다.
양의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치료 분야를 중심으로 진료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만성질환이나 난치성 질환 환자들에게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여줘 입소문을 낼 수 있는 진료 분야가 점점 늘고 있다.
바야흐로 한의학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암센터 상위 10곳 중 9곳에서 암치료 중 침술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화됐고,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의약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근거들이 축적되고 있다. 일본에서 간염 치료에 한약 사용 비율이 양약보다 높아졌고, 독일은 5년간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침술이 기존 의약보다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사회보장제도에 침술을 정식으로 포함시켰다.
조일 대구시 한의사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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