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을 나가는 순간 전쟁터입니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항상 긴장해야 합니다."
대구 남구 남대명파출소 김덕수 경위는 최근 동료 두 명을 잃었다. 23일 발생한 LP가스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은 남호선 경감'전현호 경위다. 야간 순찰을 돌던 중 당한 뜻밖의 사고였다.
"갑자기 이런 일이 발생할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주취자 관련 사건을 처리하고 뒤늦게 순찰을 나갔다가 그만…." 35년간 경찰 공무원으로 일한 김 경위에게 '긴장'은 만성이 됐다. 근무 도중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싸움이 났다는 말에 달려간 곳에서 별안간 바닥으로 화분이 떨어져 화분 파편에 얼굴이 긁히는 봉변을 당했다. 김 경위는 "경찰들은 항상 위험 요소를 안고 일하고 있다. 불안하지만 시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경찰직에 몸담고 있다"고 했다.
경찰이 24시간 위험에 노출돼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지난달까지 근무 도중 사고나 과로로 순직한 경찰관은 모두 56명. 해마다 10여 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고 있다. 같은 기간 공무를 수행하다 부상을 당한 공상(公傷) 경찰관은 8천793명에 달한다. 이 중 안전사고가 3천54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폭행 등으로 인한 부상이 2천497명, 교통사고 2천225명으로 나타났다.
위험한 순간에 자주 노출되는 경찰은 지구대와 파출소 소속의 지역 경찰관들이다. 112에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서 가까운 지구대와 파출소로 가장 먼저 연락이 닿는다. 지역 주민들과 일차적으로 접촉하는 지역 경찰관들은 주민들이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폭력이나 협박에 무방비로 당하는 경우가 잦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수배차량을 검문하던 대구 동부경찰서 안심지구대 소속 김모(51) 경위는 달리는 차량에 매달린 채 끌려가는 봉변을 당했다. 자동 감지기에 수배 차량이 확인돼 김 경위가 사실 확인차 차를 세워 운전석을 잡자, 운전자가 김 경위를 매단 채 800여m를 달려간 것. 이 사고로 김 경위는 전치 2주의 무릎 관절 찰과상 및 타박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대구 남구 대명파출소 소속 박정호(47) 경위도 올 4월 근무 도중 전치 6주의 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했다. 주택가 한가운데에서 오가는 시민들을 향해 사제총을 발사하는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 벌어진 일이었다. 박 경위는 검거 도중 이 남성이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휘두르는 등 강하게 저항하는 것을 제압하려다 다쳤다. 박 경위는 "일선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일하다 보면 주취자들이 휘두르는 폭력에 당하거나 갑작스러운 사고에 부상을 입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김영수 대구경찰청 생활안전계장은 "범인 검거 과정에서 다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112순찰차에 방검복과 방검장갑, 테이저건, 권총 등을 항시 휴대하도록 하는 등 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가스 폭발사고와 같은 갑작스러운 사고는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없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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