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 선생과 열하일기의 자취를 더듬다.'
대구중앙고등학교의 '인문고전 해외 문학기행'이 화제다.
학생 21명과 교사 6명으로 구성된 중앙고 문학체험단은 3일부터 7일까지 중국 베이징과 승덕 일대를 다녀왔다. 이번 문학기행의 주제는 '열하일기 속으로 연암 박지원과의 동행'. 중앙고는 일반고로 전환된 지난해부터 학생들이 리더십을 키우고 인성을 가꿀 수 있도록 특색 교육 사업으로 '인문고전 문학기행'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는데 이번에 해외로까지 발을 넓힌 것이다.
'열하일기'는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와 집필한 여행기. 저자의 생각과 철학, 세계관 등을 총망라하고 있는 역작으로 '민족 최고의 고전' '세계 최고의 여행기'라 불리기도 한다.
중앙고 이미란 교사는 "우리 학교가 열하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열하일기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조선과 동아시아의 큰 흐름을 살펴보고 실학사상도 엿볼 수 있을 만큼 깊이가 있어 학생들이 배울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앙고는 이번 문학기행이 단순한 여행에 그치지 않고 교육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도록 사전 학습 등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쳤다. 참가 학생들은 지난 5월부터 수 차례 중국의 역사, 문학기행 장소의 지리적 배경, 열하일기의 가치와 문학적 배경, 간단한 중국어 회화 등을 익혔다. 지난달에는 '열하일기' 한글판을 펴낸 영남대 한문학과 김혈조 교수를 초청, 특강도 진행했다.
문학기행에 나선 체험단은 연암 박지원 선생이 쓴 열하일기의 여정을 따라 고북구장성, 소포탈라궁, 수미복수지묘 등을 돌아봤다. 피서산장, 이화원 등에도 체험단의 발길이 닿았다.
김주혜(2학년) 학생은 "북동부 만리장성에 있는 요새 고북구장성이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이라며 "박지원 선생이 걸어간 길을 따라 걸으면서 그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김다정(2학년) 학생은 "박지원 선생께서 열하일기에 쓰신 것처럼 시원한 바람과 아름다운 풍경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긴 했지만 곳곳을 걸으면서 힘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열하일기와 연암 박지원 선생을 좀 더 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체험단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중앙고는 이번 문학기행을 통해 학생들이 우리 고전문학의 가치를 깨닫고 자긍심을 갖게 될 뿐 아니라 연암 박지원 선생의 문학성과 실천적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고 박재찬 교장은 "이번 해외 문학기행을 통해 학생들이 고전문학 작품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학창시절에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쌓았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선조들의 세계관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 지혜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겠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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