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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동양고전 읽기] '춘추'(春秋)에 대하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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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의 속뜻 해석·설명한 '좌씨전'

오경(五經)이 일반 독자들에게는 다 읽기 어렵다고 했는데, 공자가 지었다는 '춘추'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고대 역사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읽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문장이 무슨 '암호' 처럼 되어 있어 더욱 읽기 어렵다. 예를 들면, "은공 원년 여름 5월, 정백(鄭伯)이 언 땅에서 단과 싸워 이겼다[克].", 또는 "애공 14년 봄, 서쪽 땅으로 사냥을 나가 기린[麟]을 잡았다"라는 식이다. 여기에 좌구명(左丘明)의 '좌씨전'이 있어서 이런 표현에 대해 해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암호와 같은 경문(經文)의 짧은 문장 속에, 또 그 표현 방식에 의해 공자의 '큰 뜻', 즉 사상(역사철학)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유하면 오늘날 신문기사가 제목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신문사 이념과 해당 사건을 보는 관점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 이것이 '미언대의'(微言大義)와 '춘추필법'(春秋筆法)인데, 학자들의 열띤 토론의 주제가 되었다.

서양의 경우 B.C 12∼9세기가 호머(Homeros)의 대서사시 시대였고, B.C 5세기에 이르러 헤로도토스(Herodotos)의 역사가 출현했다. 중국 역시 '시경'(詩經)에 고대 주나라의 사적(역사)이 보존되어 있고, 춘추시대에 이르러 주 왕조가 쇠약해지자 각 제후들이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노 나라에서도 역사서가 출현하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서 중 남아있는 것은 '춘추' 밖에 없는데, 공자 개인이 편찬한 역사서인 셈이다. 여기에 좌구명이 B.C 350년경에 주석을 단 것이 '춘추좌씨전'이다.

'춘추'가 미친 영향은 크다. 우선 그 당시 크고 작은 전쟁에 대한 기록이 생생하다는 점이다. 이와 연관되는 조빙과 회맹 같은 국제외교, 씨족과 민족, 천문지리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오늘날도 국제외교가 중요하고 전쟁을 대비하고 무기를 구입하는 것과 같다. 둘째, 사건을 바른대로 기록했다는 것이다. 비록 표현상 둘러 표현하는 방법을 써도 그것이 거짓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어서 논리가 정연하다는 것이다. 셋째, 권선징악을 모토로 하였다는 점이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춘추'가 인간사회의 근본원칙을 밝히고, 시비선악을 판단하여 왕도를 선양하였으므로 관료들의 법전이요, 윤리와 예의의 모범이어서 군신, 부자가 몰라서는 안된다"라고 했다. 어떤 중국 학자는 '춘추'가 중국인이 도덕정신을 확립하는데 역사적 근거를 제공하여 서구인의 '신 앞의 개인본위'가 아니라 '공동체 속의 개인의 의무 이행'을 강조하였다고 했다. '춘추'에 나오는 3가지 불후(不朽)의 명예, 즉 입덕(立德)'입공(立功)'입언(立言)도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라는 도덕의식의 발로라고 해석했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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